성큼 다가온 가을에 공원·산 '북적'..곳곳 마스크 벗고 도시락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장우리 기자 =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맑고 쾌청한 날씨를 보인 13일 서울의 공원과 인근 산 등에는 가볍게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뭉게구름이 펼쳐진 푸른 하늘 아래 반포와 여의도 등지의 한강공원에는 마스크를 쓴 '자전거족' 행렬이 이어졌다. 인근에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텐트를 치고서 선선한 가을바람을 즐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은 만큼 대부분의 시민은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한낮의 햇빛 아래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일부 목격됐다.
이날 정오께 잠실 한강공원의 그늘막 설치 허용 구역에는 텐트를 설치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곳곳에서 1∼2m의 물리적 거리가 유지되지 않고 있었다. 큰 나무 그늘에 텐트 서너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기도 했다.
인근에는 '공원 내 취식과 음주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대화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텐트에 앉아 공놀이하는 아이를 지켜보던 이경미(39) 씨는 "비 온 뒤라 그런지 날씨도 정말 좋고, 내내 집에만 있던 아이도 답답해해서 인근 공원에 잠깐 나왔다"며 "공기가 잘 통하는 야외니까 거리두기만 잘 지키면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회 회원이라는 중년 남녀 10여명도 라이딩이 끝난 후 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혔다. 마스크를 벗고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박모(55)씨는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인 건 알고 있지만, 말 한마디 안 하고 밥을 먹을 수가 있느냐"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에 가까운 산을 찾은 등산객들도 적지 않았다.
은평구 북한산 일대는 등산로 초입부터 가벼운 옷차림에 모자를 쓴 시민들로 붐볐다. 처음에는 대부분 마스크를 썼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마스크를 벗는 이들이 늘어났다.
등산객들은 평평한 바위마다 돗자리를 깔고 모여 앉아 준비해온 간식을 먹었다.
오후 1시가 넘어가자 북한산 아래 불광동의 음식점 골목에는 점심을 먹으려는 등산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염소탕과 보신탕을 파는 어느 가게에 들어서자 손님 30여명이 음식과 막걸리 등을 먹고 있었다. 바깥 간이의자에는 불콰해진 시민들이 담배를 물고 앉아 있기도 했다.
다만 골목 전체를 놓고 보면 한산해진 것이 분명하다고 주변 주민과 상인들은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이미 시끌벅적했어야 할 주말 점심시간이지만 군데군데 아예 문을 닫은 음식점도 있었다.
한 상인은 "지난주보다도 유동인구가 더 준 것 같다"면서 "요즘 같은 때는 손님이 안 와도 걱정, 와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서초구의 청계산 입구 역시 하산하는 사람들과 막 입산하는 시민들로 붐볐다. 인근 식당 두세 곳에는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이 빽빽하게 손님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청계산을 찾았다는 한모(28)씨는 "몸이 무거운데 다니던 헬스장도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 문을 닫아서 산에 왔다"며 "코로나 감염 위험을 생각해 산 위에서 김밥은 먹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탁 트인 야외를 제외한 도심 곳곳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강남역 인근 골목들은 주말임에도 오가는 시민이 적어 조용한 분위기였다. 평소 친구를 만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좌석 이용 손님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텅텅 비어 있었다.
인근을 지나던 강모(25)씨는 "지난해부터 근처에서 알바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로는 놀라울 만큼 사람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날 종일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날씨가 좋아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최대한 '집콕'하려 한다"고 말했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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