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남편 다리 불편, 아들마저.." 야당 "가족 신파 쓰나"

한영익 2020. 9. 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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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하루 앞두고 유감 표명
야당 "말로만 송구, 의혹 언급 없어"
추 장관 여론 악화 의식한 듯 사과
핵심 쟁점 빠진 채 검찰개혁 언급
법조계 "특수팀 수사 등 밝혔다면
사과에 진정성 느껴졌을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간담회 참석을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아들 서모(27)씨 국방부 병가 특혜 및 외압 의혹에 대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소설을 쓰시네”라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일축해 온 추 장관이 유감을 표명한 건 처음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아들이)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병가 및 휴가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의혹에 대한 해명은 전혀 없는 말뿐인 송구”라고 일축했다. 특히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하루 앞두고 야당의 파상 공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위기로 온 국민께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계신 상황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다”며 “먼저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추 장관은 이어 “저는 그동안 인내하며 말을 아껴 왔다. 그 이유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 사퇴 요구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들 관련 의혹 제기가 검찰 개혁을 흔들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에 무게를 실으면서다. 추 장관은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며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의 유감 표명은 최근 급격히 악화된 여론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추 장관 측 법률대리인인 현근택 변호사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 등을 거론하며 “추 장관이 다음주께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추미애 “남편 다리 불편, 아들마저…” 야당 “가족 신파 쓰나”

13일 아들의 특혜 휴가 등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힌 추 장관의 페이스북. [연합뉴스]

현 변호사는 같은 날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당 대표 정도 되면 국방부 장관 이상이다. 서열이라든지 권력상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건 외압이 아니라 미담”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황제 복무’ 논란에 대해서도 재차 해명했다. 추 장관은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며 “군 생활 중 오른쪽 무릎도 또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해서 병가를 냈고, 병원에서 수술 후 3개월 이상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지만 아들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부대로 들어갔다. 물론 남은 군 복무를 모두 마쳤고 이것이 전부다”고 설명했다.

추 장관은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며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았고 완치가 안 된 상태에서 부대로 복귀했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느냐”고 항변했다. 추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겠다”며 “저의 태도를 더욱 겸허히 살피고 더 깊이 헤아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청장 출신 김종민(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인내했다’는 표현은 결국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현재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을 둘러싼 인사 논란과 특별수사팀 설치를 통한 객관적 수사 방안 등을 함께 이야기했다면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변호사협회장 출신인 김한규 변호사도 “송구스럽다고 인정한 건 긍정적이지만 전화한 당사자가 누구인지, 왜 했는지 이런 부분이 쟁점인데 해명이 없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야당의 반응도 냉랭했다. 추 장관은 이날 1730여 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100여 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자신의 보좌관이 아들 부대에 전화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의혹, 자대 배치 및 평창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말 송구하다’란 표현은 들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말 송구한 것 없다’는 취지”라며 "지금껏 ‘소설을 쓰시네’라고 비웃어 놓고선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정말 송구하다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또 "수사 대상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최소한 특임검사 수사를 자청하거나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아들의 황제 군복무 논란은 어디 가고 난데없이 가족 신파를 쓰냐”며 "가련한 시늉을 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의 메시지가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23일 장기연속 휴가에 문제, 특혜, 청탁이 없다는 주장은 답을 정해 놓고 검찰에 답을 말해 주는 격”이라고 적었다.

정의당에서는 추 장관의 공적 권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추 장관은 의도치 않은 개입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여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영익·김민상·강광우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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