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의사 구속에 의료계 반발..재판부 "과실치사" vs 의협 "의료 특수성 외면"
최근 장폐색이 있는 대장암 환자에게 장 세척제를 투여했다가 사망케한 과실치사 혐의로 의사 A(40·여)씨가 금고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의협은 "법원이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 결과를 의료의 특수성을 외면한 채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범죄로 판단하고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14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서울구치소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한다.
법원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전공의 B(34)씨는 금고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년 집행유예를 받았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16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뇌경색 등으로 치료를 받던 이모(당시 82세)씨는 그 해 6월 CT촬영 등에서 대장암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와 입원했다. 당시 이씨의 주치의는 B씨였고, A씨는 임상조교수로 B씨와 함께 이씨 진료를 담당했다.
B씨는 이씨의 대장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하고, A씨의 승인을 받아 이씨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이씨는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원인은 장폐색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활동을 서너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하고 장폐색(장의 정상 운동기능에 장애가 있는 병)이 아니거나 부분 장폐색이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영상확인 결과 폐색 정도가 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에 의해도 장폐색이 있어도 대변이 배출될 수 있이므로 배변이 가능하다고 장폐색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며 "장세척제는 고령자 등에게 신중하게 투약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 정결제는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투약하면 다량의 변이 배출되지 못해 장 내 압력이 상승해 장천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부분 폐색을 보인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약하고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것은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보편적 의료 행위라는 입장이다.
A, B씨도 재판에서 이씨가 복부 팽만이 없고 대변을 봤기 때문에 대장암 판별을 위해 대시경을 실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편적인 의료 행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실형에 더해 법정 구속까지 되자, 의료계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A씨가 두 아이를 둔 엄마인데도, '도주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한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필수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는 매일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며 "필수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교도소를 가지 않기 위해 방어 진료를 해야하느냐"고 지적했다.
병협은 또 "최근 사법부는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망에 대해서도 빈번히 의료진 구속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아무리 의료진이 치료를 잘 했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망은 지금도 전국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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