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피해자? 피해호소자?..MBC 시험 논란

이동우 기자 2020. 9. 14. 07:2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스1


MBC 취재기자 입사시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인을 피해자로 칭해야 하는지 묻는 논제가 나와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MBC가 진영 논리에 치우쳐 피해자를 매도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치러진 MBC 신입 취재기자 부문 논술시험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 제기자를 피해자라고 칭해야 하는가, 피해호소자라고 칭해야 하는가(제3의 호칭도 상관없음)'라는 내용이 문제로 나왔다.

이를 두고 언론사 지망생들은 논제가 '2차 가해' 우려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약 15만명 회원을 보유한 언론사 지망생 커뮤니티에는 시험이 끝난 직후 '어떻게 공채 논제로 2차 가해를 할 수 있는지 황당했다', '공영방송에서 정파적인 논제를 가지고 논리성을 논한다' 등의 비판적 반응이 줄을 이었다.
민주당도 사과한 '피해호소인' 용어…진중권 "사상검증, 갑질한 것"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사진=뉴시스

'피해호소인' 표현은 지난 7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전 시장의 고소인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불거졌다. 계속되는 비판에 이 용어를 만든 것으로 지목된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침묵 이후 눈물로 사과했지만 싸늘한 시선만 돌아왔다.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에서도 비판적 의견이 줄을 이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번 MBC 시험에 대해 "사상검증, 갑질을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그것도 권력이라고 휘두르고 싶었나 보다"라며 "피해호소인을 피해자로 부르는 게 그렇게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 문제, 누가 출제했을까요?"라며 MBC 경영진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 속한 조수진 의원은 "MBC는 '2차 가해'를 당장 중단하고 관련자 징계 및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응시자들을 정치적으로 줄 세워 정권의 호위무사를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조차 잘못된 표현을 인정하고 '피해자'로 용어를 변경했음에도, MBC가 재차 용어 논란을 꺼내 든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MBC 스스로 공정한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공정한 언론으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당장 중단하고 시험 출제자와 이를 승인한 관계자들을 징계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덧붙였다.
"양쪽의 주장을 듣고 논증해야 하는 시험" MBC 해명했지만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MBC 측은 사상 검증이 아니라 단순히 논증 능력을 보기 위한 시험이라고 해명했다. MBC는 "해당 논제를 출제한 취지는 시사현안에 대한 관심과 사건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지 어떤 호칭을 선택했느냐는 평가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기자는 양쪽의 주장을 고르게 듣고 한쪽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면 그 주장에 왜 문제가 있는지 논증을 해야 하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이 있다"며 "양쪽의 주장을 다 들어보고 어떤 어휘가 선택되는지 그 과정에 대한 의견과 맥락을 제시해달라는 출제 의도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호소인'이라는 어휘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인으로서 피해호소인이라는 용어에 왜 문제가 있는지, 어떤 맥락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지 2차가해 문제까지 포함해서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제3의 용어가 있다면 그것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이유를 제시해달라고 했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과 피해자 중심주의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피해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로서 논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려 했던 출제 의도가 달리 비쳐져 안타깝다"며 "(박원순 전 시장 고소인 보도와 관련해) MBC도 당시 2차가해는 막아야 한다 보도했었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MBC 시험에 등장한 '박원순 피해호소자'…사상 검증·2차 가해 논란테슬라 전기차 독주 끝났다, 주가가 보여준 현대차 미래'1호가' 김학래 '2.5억 포르쉐' 몰고 등장…최양락, 대머리·허세 저격존리 대표 "난 사직동 월세 살아, 자가보다 유리할수도"“테슬라 멈춰라”…전기차 판 ‘갤럭시 신화’ 쓰는 현대차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