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져있던 인수봉 계곡 바위, 뒤집어보니 고려 불상이었다
[경향신문]
2015년 5월 북한산 인수봉이 빤히 올려다보이는 계곡에서 희한한 바위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자원봉사자와 북한산 구조대 사이에서 돌았다. 그냥 돌 같은데 누군가 정교하게 깎은 흔적이 역력했다. 석불 같기는 한데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측이 관계기관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수봉 계곡에 엎어져있던 바위를 뒤집을 방법이 쉽지 않았다.
북한산국립공원측은 올해 북한산 지역의 비지정문화재 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웅기 북한산국립공원 자원보존과장은 “이때 구조대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산에서 금석문이 새겨진 석조물이나 바위그림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알려달라’고 공지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은 2015년에 발견해낸 조각품을 떠올리고 공단측에 알렸다.
공단은 발굴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에 의뢰해서 본격적인 조사를 펼쳤다. 공단의 의뢰를 받은 수도문물연구원은 인수봉에서 300~400m 밑쪽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계곡에서 수상한 석조물을 찾아냈다. 2015년 최초 발견 당시에는 엎어져 있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았던 바로 그 바위였다.
새삼스레 바위를 뒤집자 그것은 불상의 형태를 갖춘 몸통이었다. 또 몸통 다리 끝쪽 바로 옆 땅속에서 머리(불두)가 확인됐다. 얼굴은 짧은 코와두툼한 입술에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몸통을 보면 오른손은 가슴 부분에 왼손은 허리춤에서 아래를 향하고 있으며, 옷 주름도 선명하다.
권순진 수도문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석불 입상의 몸체는 높이 2m, 폭은 65㎝ 정도였다. 머리는 높이 60㎝·폭 45㎝로 현재 전체 높이는 240㎝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자문을 맡은 정계옥 문화재 젼문위원과 서봉수 백두문화재연구원장은 “불두와 몸통의 형태로 볼 때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문위원들은 “근처에는 보개(덮개)와 대좌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불상이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연차적인 조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연구자들은 이곳 주변에 사찰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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