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실천' 나도 한번 해볼까-고체 치약으로 양치질, 커피가루로 설거지..

나건웅, 박지영 2020. 9. 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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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홍유정 씨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운동을 시작한 지 막 3개월 차에 접어든 ‘제린이(제로웨이스트 초보)’다. 지난 3개월 동안 그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설거지는 주방세제 대신 동네 커피전문점에서 얻어온 커피가루로 하고 물티슈는 못 쓰게 된 천에 물을 묻혀 쓰는 방식으로 대체했다. 빨래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더 이상 마트에서 사지 않는다. 제로웨이스트숍에 빈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만큼 내용물만 구입해 담아온다. 홍 씨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과거에는 일회용품 배출을 줄이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잘 몰랐는데 요즘에는 관련 커뮤니티나 제로웨이스트숍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반갑다”고 미소 지었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다. 화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 영단어 뜻 그대로 일상 속 쓰레기 배출을 줄여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운동이다. 착한 소비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이제 소수의 관심사를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자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회용품과 각종 플라스틱 제품이 우리 생활 속에 너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최근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을 갖는 가게와 기업, 소비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적극 판매·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기업도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풀무원 계열 올가홀푸드 방이점에서는 과일, 야채 등이 포장 없이 판매되고 있다. <윤관식 기자>
▶초보자라면, 제로웨이스트숍

무엇부터 시작할지 도통 감이 안 오는 초보자라면 ‘제로웨이스트숍’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쓰레기 배출 감소에 필요한 여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각종 노하우도 가르쳐준다. 대부분 친환경 제품 잘 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와 실습 교육을 진행한다.

2018년 서울 상도동에 문을 연 ‘지구샵’은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유명 가게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칫솔은 대나무로 만들었다. 설거지용 수세미는 수세미 열매로 만든 ‘천연 수세미’다. 고체 치약도 있다. 알약 형태의 치약을 입에 넣고 거품이 생기면 칫솔질을 하는 방식이다. 일반 치약은 파우치(용기)가 복합 재질이라 일반 쓰레기로만 배출이 되고 재활용은 어렵지만 고체 치약이 담긴 틴케이스는 캔류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서울 합정동 ‘알맹상점’은 지난 6월 문을 연 ‘신상 제로웨이스트숍’이다. 3개월 밖에 안 된 가게지만 주말이면 방문객으로 매장이 가득 찰 만큼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뭐든지 ‘알맹이’만 판매한다. 매장 안에 들어서면 거대한 통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카페에서 자주 보이는 시럽통부터 뚜껑 달린 약수통, 수도꼭지가 달린 항아리도 있다. 통에는 저마다 각양각색 액체가 담겨 있다.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샴푸, 보디워시, 심지어 올리브유나 발사믹 식초 같은 식재료도 있다. 방문한 고객은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만큼 내용물을 직접 담으면 된다. 직원은 저울로 무게를 달아 값을 계산한다. 알맹상점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상품을 판다. 유리·도자기·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다회용 빨대’,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 면봉’이 대표적이다.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는 “제품 판매뿐 아니라 재활용품 회수 등 환경에 도움 되는 다양한 일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연희동 ‘보틀팩토리’는 플라스틱 없는 카페로 유명하다. 일회용 컵은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개인컵 없이 방문한 손님들에게는 텀블러를 빌려준다. 테이크아웃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열장에 전시된 텀블러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빌리는 ‘공유컵’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증금은 무료다. 보틀팩토리 관계자는 “보틀팩토리 ‘보틀클럽’에 가입하면 간단히 무료로 컵을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합정동 제로웨이스트숍 ‘알맹상점’에서는 공병에 세제, 샴푸, 올리브오일 등을 살 수 있다(위). 또 흔히 보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다회용 빨대 등의 제품을 판매한다(아래). <박지영 기자>
▶대기업도 뛰어든 제로웨이스트

작은 제로웨이스트숍만 필환경을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도 제로웨이스트 운동 열풍이 불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스타벅스’다. 2018년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전 매장 교체했다.

스타벅스 효과일까. 최근에는 마트에서 파는 팩 형태 음료에도 종이 빨대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한미헬스케어는 지난 7월 두유제품 ‘완전두유’에 플라스틱 빨대 대신 순수 종이 재질로 만든 빨대를 부착해 판매한다. 국내 두유·유제품군에 종이 빨대가 적용되는 것은 완전두유가 처음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페트병 몸체에 라벨을 없앤 무(無)라벨 생수인 ‘아이시스8.0ECO’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500㎖에 이어 2ℓ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제품명을 페트병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넣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1년에 라벨 포장재 약 1430만장을 아낄 수 있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9t의 포장재 폐기물 저감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이 더 늘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 중이다. 식자재·배달 비품 쇼핑몰 ‘배민상회’에서 최근 친환경 포장용기 일부 품목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배민상회는 탕용기, 면용기, 도시락용기, 비닐봉투 등 총 15종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옥수수 추출물 같은 천연물 첨가 소재로 만들어져, 180일이면 생분해돼 자연 상태로 돌아간다.

풀무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 5월 선보인 풀무원 계열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환경부로부터 국내 첫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됐다.

올가홀푸드 방이점 신선식품 코너에는 자두, 천도복숭아 등 제철과일과 파프리카 등이 포장 없이 진열돼 있다. 과일·채소를 담기 위한 비닐봉지도 없다. 대신 매대 옆에 친환경 종이와 얇은 면 가방을 비치해뒀다. 육류·수산물 등이 놓인 플라스틱 접시와 포장 비닐도 겉보기와는 다르다. 접시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들어졌고 비닐은 동물 껍질을 원료로 만들어 자연 분해된다. 올가홀푸드 관계자는 “방이점에서는 친환경 포장에 신경 쓰고 있다. 세제 등은 벌크로 들여와 소분 판매한다. 국내 세제 중에서는 소분해서 판매할 수 있는 벌크 세제가 없어 뉴질랜드 유명 브랜드를 들여왔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박지영 기자 autum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6호 (2020.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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