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수거 월1000만원 손해..이미 대란 시작됐다"

이강준 기자 2020. 9. 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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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배달의 시대, 쓰레기의 습격①

[편집자주] '쓰레기 대란'이 임박했다. 코로나19 확산, 언택트 소비 확대 등으로 폐기물이 쏟아지면서다. 유가 하락에 따른 폐기물 재활용 수요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불에 기름을 부었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들은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이 손을 놓으면 동네엔 쓰레기가 쌓일 수 밖에 없다. '발등의 불'이 된 '쓰레기' 문제를 긴급 점검했다.

10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재활용 폐기물 중간 집하장의 모습. 폐기물들이 가득 쌓여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발등에 불 떨어진 수준이 아니다. 이미 무릎까지 타오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는 한국을 반강제적으로 '배달 중독' 사회로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커피 한 잔마저 '배달'시켜 마시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 대표 김모씨(35)는 "코로나19 이후 폐기물 양이 정확히 2배 늘었다"며 "설, 추석 명절에나 많이 나오던 포장재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회사는 5만세대의 폐기물을 수거하는데 매달 플라스틱만 250톤, 비닐만 90톤 가량을 가져간다. 코로나19가 없던 지난해에 비해 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원유 폭락→플라스틱 가격↓→재활용 플라스틱 '외면'…"갈 곳 잃은 재활용 폐기물"

가정에서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은 총 세 단계를 거친다. 재활용 수집운반 업체들이 주거지에서 물량을 수거해서 중간 집하장에 쌓아둔다. 여기서 품목별로 나눠 중간가공처리업체로 재활용 폐기물들이 전달된다. 가공처리된 물건들은 최종처리업체로 옮겨져 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섬유는 의류업체로, 폐지에서 나온 펄프는 제지회사, 휴지 제조사 등으로 판매된다.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입하지 않는데다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플라스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발생했다. 수출길이 막혀 재고가 쌓였고, 재활용 플라스틱보다 원유로 새 제품을 만드는 게 더 저렴해져서 제조사들이 재활용품을 찾지 않는 것이다.

재활용 폐기물들이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자 먼저 영향을 받은 건 재활용 수집업체다. 최종처리업체에서 '물건'을 받지 않자 연쇄적으로 중간가공처리업체, 중간 집하장도 폐기물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 물량 폭주는 고스란히 업체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김씨 회사 같은 수집 업체들은 돈을 받기는 커녕 '㎏당 요금'을 내면서 집하장에 물건을 대기 시작했다. 이미 계약한 아파트에서 배출하는 폐기물들은 정해진 기한내에 어떻게든 수거해가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내야하고 계약이 파기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플라스틱과 비닐만 따져도 매달 1000만원 정도 손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집하장에 길게 늘어선 폐기물 트럭…"이번주부터 서울 인천서 플라스틱 대란 시작될 것"
10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재활용 폐기물 중간 집하장에서 폐기물을 실은 트럭들이 줄지어서 대기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중간 집하장으로 이동하니 늘어난 폐기물양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폐기물을 실은 차량들이 물건을 내려 놓지 못하고 줄서서 한시간씩 넘게 대기하고 있었다. 앞선 차들의 폐기물 양이 너무 많아 이를 내리는 데 시간이 너무 지체된 탓이었다.

김씨는 "이게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거다. 코로나19로 재활용 폐기물양이 늘어나니 물건을 수거해가는데도 오래 걸리고 집하장에 내려놓는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며 "트럭을 비울 때까지 여기서 대기해야 하는 데 그동안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왜 수거 안해가냐'며 항의 전화가 쏟아진다"고 했다.

10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재활용 폐기물 중간 집하장에서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집게차가 옮기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실제로 기자가 동행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10~20분 간격마다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 데 아직도 수거를 안해가면 어떡하냐"는 등 항의 전화와 문자가 계속 김씨에게 쏟아졌다.

김씨를 비롯한 재활용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플라스틱 대란은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 집하장들이 물량을 거부하거나 아예 '셧다운(영업정지)'에 들어간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재활용 폐기물이 급증하자 이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에서는 수거 작업이 늦어지며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재활용 폐기물 집하장은 늘어난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 지난 10일부터 일부는 돌려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당장 다음주(9월14~20일)부터 서울과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대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시설을 통해 처리하는 폐기물 위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종이류는 하루 평균 889톤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2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플라스틱류는 15.6%, 비닐은 11.1%, 발포수지류(스티로폼)는 12%가 증가했다. 이는 일반 대규모 거주시설인 아파트 단지 등은 제외한 수치다. 최근 배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하반기 들어 증가율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등 민간에서 배출하는 폐기물 양은 업체에서 연단위로 집계하기 때문에 월단위 증가폭은 현재 파악하기 어렵다"며 "다만 지자체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후로 증가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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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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