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시장 52조로 팽창..한국, 10년내 美中 추월할 것"

신찬옥,이승윤 2020. 9.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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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년 맞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AI반도체, 인공지능의 두뇌
한국은 메모리 기반 튼튼해
꾸준히 투자하면 1위도 가능
디지털 뉴딜 핵심 데이터댐
한국판 MS·구글 탄생 기대
구글 앱마켓 30% 강제하면
IT 기존 생태계 파괴 우려

대담 = 황인혁 모바일부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면서 디지털 뉴딜과 AI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치고 나갈 기회를 잡아야죠. 인공지능(AI)의 두뇌인 AI반도체는 한국이 잘할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이라는 마중물을 붓고 이걸 토대로 크게 성공하는 기업 사례가 나오는 게 정말 필요합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데이터, 네트워크, AI 등 D·N·A의 3박자로 디지털 선도국가로 가야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AI와 반도체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최 장관은 'AI 강국' 청사진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AI반도체는 2024년에 약 52조원의 신시장을 창출(가트너 전망)할 정도로 미래 반도체 시장의 판을 바꿀 차세대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최 장관과의 인터뷰는 서울중앙우체국이 위치한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취임 1년을 맞은 소회가 어떤지.

▷취임하자마자 일본과 갈등으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고, 작년 말 인공지능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천리안2B호의 성공적인 발사도 기억에 남는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K방역'과 '언택트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위해 뛰어야 했다. 우리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이나 온라인 개학 등을 겪으면서 우리의 강점인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 중 하나가 '데이터댐' 구상인데.

▷글로벌 시가총액 톱10 기업이 대부분 빅데이터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잘 활용해 성공하는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데이터는 AI 기술의 기반이 된다. AI 학습 데이터 구축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이미 10개의 데이터 플랫폼과 100개 데이터센터가 마련됐고 디지털 뉴딜 사업을 통해 15개 플랫폼, 150개 데이터센터로 확장된다. 데이터댐 사업에 4739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다.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1차 씨앗은 뿌린 셈이다.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해 좋은 사업 모델이 나오면 좋겠다.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가명 정보 활용이 조심스럽다는 기업이 많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관련해 걱정이 많은데, 어떤 기업이 일단 성공하면 '가명 정보 활용에 문제가 없구나' 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분발하게 될 거다. 데이터 활용의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아직 공유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품질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가명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잘 결합해야 가치가 올라간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도 살펴볼 문제다. 데이터가 5G 네트워크를 타고 데이터댐으로 들어가고, 이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되는 이른바 'DNA 플러스' 구상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겠다.

―한국 AI반도체는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가.

▷AI반도체는 AI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다. 이 분야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나라는 아직 미국·중국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조금 하고 한국도 따라가고 있다. 아직 지배적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다. 희망을 갖게 하는 건 국내 대학들의 기초연구는 상당히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 대학 기초연구는 최고 수준이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같은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세계적 수준의 AI반도체 칩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연구 잠재력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들까지 연결해주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산학연 과제를 만들어 마중물을 붓고자 한다. 10일 공공과 민간의 가교가 될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사업단'을 출범했다. 10년간 1조원을 투입하는 과제다.

―10년 과제라고 했는데 10년 안에 AI반도체 세계 1등이 가능할까.

▷지금 구상한 대로만 간다면 그렇다. 그걸 만들고 싶어서 내가 이 부처에 온 거다. 산학연 프로젝트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삼성·SK하이닉스와 긴밀히 협력하는 모델로 가면 미국과의 간극을 좁혀서 '패스트 폴로어'가 될 수 있다. 그보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야가 메모리(기억)와 프로세서(연산)를 통합한 지능형 반도체 PIM(Processing in Memory)이다. PIM은 'CPU 따로 메모리 따로'가 아닌 사람의 뇌처럼 메모리 안에서 계산하는 개념의 반도체다.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전력 소모와 과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은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앞서 있으니 세계 1위도 가능하다고 본다.

―AI반도체는 아직 생소한데.

▷AI반도체는 아이의 두뇌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것도 학습되지 않은 아이의 두뇌인데 데이터를 학습시킬수록 성인의 인지능력처럼 고도화된다. AI반도체를 잘하려면 메모리를 잘해야 하는데 한국은 이 점에서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60~70%를 차지하고 있다. AI반도체는 전력 소모 문제도 중요하다. 사람의 두뇌는 20와트(W) 정도 전기를 소비한다. 조그만 전구 정도다. 반면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AI반도체만 해도 전력 소모가 상당하다.

―삼성이 미국 버라이즌에 8조원 규모 5G 장비를 수출하는 낭보가 있었다.

▷발 빠르게 해외 성과를 거둔 사례다. 그동안 통신장비 시장은 화웨이·에릭슨·노키아 등이 앞서 있었는데, 삼성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삼성의 5G 장비 시장점유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5G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실시간으로 많은 사물을 연결하는 '데이터 고속도로'다. 정부도 5G 전략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자 한다. 국내 통신사들이 3.5㎓ 단독 모드 구축을 위한 기술적 준비에 한창이다. 내년부터 3.5㎓ 단독 모드와 28㎓ 구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5G 전국망 구축은 2022년 상반기 정도로 내다본다.

―구글 앱마켓 수수료 문제가 시끄럽다. 과기정통부도 실태 조사에 나섰는데.

▷앱마켓 30% 수수료를 강제한다면 정보기술(IT) 생태계에 굉장히 타격이 클 수 있다. 기존에 없던 걸 적용하면 생태계가 깨질 수 있어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로 다룰 문제다.

외산 앱스토어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한국형 앱스토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좋은 앱이 한국형 앱스토어에 많이 올라가야 한다.

초등학생부터 SW 교육…AI인재 10만명 키우겠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발급처럼…디지털뉴딜 규제해소에 주력

―차세대인 6G 기술 개발은 어떤 상황인가.

▷다른 경쟁국은 6G 개발에 착수했고, 우리는 1~2년 정도 늦었지만 6G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 등 민간에서도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5G 통신망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그랬고 한국은 빨리빨리 잘하지 않나. 이번에도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D·N·A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 5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는 것이 관건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기존에 있던 기술을 어떻게 잘 융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5G 플러스, AI 플러스, 데이터 플러스라고 정책 이름을 붙였는데 나는 'DNA 플러스'라는 조어를 만들었다. 댐에 데이터를 모을 때 필요한 것이 수도관 역할을 하는 5G이고, 그 물(데이터)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AI다. 그런데 DNA 기술만으로는 안되고 세 분야가 융합돼야 영향력 있는 앱이 나올 것이다.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공들였다. 양질의 데이터가 쌓이고 기업들에 잘 흘러가서 좋은 서비스가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AI 인재가 부족한데, AI 시대를 살아갈 국민에게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가.

▷10만명의 AI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웠고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이노베이션 스퀘어, AI 대학원,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다. 이걸로는 부족하니 초·중등 교육과정에도 AI·소프트웨어(SW) 교육을 넣었다.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생각하는 방식,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마인드를 갖게 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전공자 외에 문과 출신들이 빅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머신러닝 등을 이해하면 훨씬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다. 이제 모든 곳에 AI가 들어갈 텐데 이를 윤리적으로 잘 활용하는 윤리교육도 잘하지 않으면 심각해질 수 있다.

―디지털 뉴딜 등 신사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자고 대통령도 강조했는데.

▷규제 개선과 관련해서는 업계 목소리도 듣고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이 '규제 샌드박스'다. 법 개정 전에 빠르게 사업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법을 개정해주는 것이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해보셨나. 이것도 굉장히 신경 쓴 거다.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휴대폰만 있으면 면허증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으로는 주민등록증도 이걸로 대체할 수 있게 될 거다.

▶▶He is…

△1955년 서울 출생 △1974년 서울 중앙고 졸업 △1978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78년 금성사 중앙연구소 연구원 △1989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1989년 미국 케이던스사 선임연구원 △1991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019년 과기정통부 장관

[정리 = 신찬옥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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