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월 이어 11월 유행 또 오나..거리두기 새전략 없으면 방역 실패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2020. 9.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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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감염 누적되고 추석 대이동·독감까지, 11월 치명적
서민경제 희생양 딛고 일어선 거리두기, 지금 방식 한계
정부가 수도권 내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를 2주간 2단계 수준으로 완화한 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하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 = 이미 세 차례나 겪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이 11월 전후로 또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가을 대유행이다.

지금까지 겪은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집단감염에 의해 큰 증폭으로 이어졌다면, 네 번째 유행은 인플루엔자(독감) 등 계절적인 위기까지 더해져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다음 유행은 계절적 위험까지…정은경 취임일성도 장기전략 수립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독립외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을 이끌게 된 정은경 초대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4일 취임일성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하는 장기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정은경 청장이 강조한 장기전략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라는 확실한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 의료와 방역체계, 사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코로나19 발생 규모와 속도를 억제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또다시 대유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2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고 전국 5개 권역에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해 지역에 역학조사와 질병대응 역량을 키우는 조치가 내려졌지만, 국내 상황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코로나19 유행이 2021~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 위기 속에서 장기적인 코로나19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가을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해왔다. 인플루엔자(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증상 만으로 코로나19를 구분하기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무증상자를 제외한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열 또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독감과 매우 유사하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병한다.

전체 인구의 10~20%가 감염될 정도로 전염력이 높다. 독감 환자는 갑작스러운 고열(38~40℃)이나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을 겪는다. 증상이 심하면 두통과 근육통, 식욕부진 같은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코로나19와 독감을 구분하는 시스템도 국내에 마련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일부 진단키트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절차를 밟고 있지만, 가을 대유행을 대비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잠복감염이 누적되고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온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발표한 항체가 2차 조사를 통해 국내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0.069%로, 1차 조사 결과 0.033%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규모와 대상이 한정적인 연구지만, 국내에 조용한 전파가 상당 규모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 5178만579명 중 3만5732명이 감염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14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감염자 2만2285명을 제외한 1만여명의 숨은 감염자가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9월 30일부터 최장 5일간 이어지는 추석연휴 때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는 것도 코로나19 방역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시행 첫 날인 8일 전북 전주시 인구보건협회 전북지회 가족보건의원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3·5월 성공했지만 8~9월은 물음표…대상 좁힌 거리두기 만지작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을과 초겨울이 되는 시기에는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더 어려워진다"며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강도 높은 거리두기를 통해 위기를 넘겼지만, 이번 8~9월만 해도 그 효과가 예전보다 떨어진 현상이 나타났다"며 "어려운 과제지만 방역과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한 세 번째 대유행은 강화된 거리두기 2단계(2.5단계)를 통해 급한 불을 껐지만, 예전처럼 눈에 띄는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14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109명으로 12일째 100명대를 기록했다. 사흘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감소 속도는 확연히 느려졌다. 세 자릿수 확진자는 32일째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유행이 찾아온다면 거리두기 만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9개월째 이어지는 코로나 정국에서 의료진뿐만 아니라 국민들 피로도가 누적된 점도 악재다.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 탓에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는 붕괴 직전이다.

응급처방식 대책도 더는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도 지금 같은 거리두기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은경 청장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면 국민 수용성이나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설별 조치사항을 조정해 시행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유행이 확산되지 않게끔 방역적인 노력과 더불어 고위험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재정비하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양한 다중이용시설에 운영제한 조치를 내려는 현행 방식보다 유행 상황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위험한 소수 시설을 찾아내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은경 청장은 "방역 효과는 높이고 피해는 줄일 수 있는 거리두기 기준, 또 거리두기 단계별 업종·시설별 수칙, 제도 개선이나 여건을 바꿔야만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며 "그런 거리두기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14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09명 증가한 2만2285명을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중 국내 지역발생 98명, 해외유입 11명이다. 신규 확진자 109명의 신고 지역은 서울 41명, 부산 3명, 대구 1명(해외 3명), 인천 10명, 광주 3명, 대전 1명, 울산 1명, 경기 30명, 충남 7명(해외 1명), 전북 (해외 1명), 경북 (해외 1명), 경남 1명, 검역과정 5명 등이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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