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3000만명분, 1723억원 들여 먼저 사들인다
화이자 등 개별기업서 나머지 확보..내달 예방접종 계획 수립
[경향신문]
정부가 국민의 60%가 접종할 수 있는 30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전 국민 접종을 목표로 점차 백신 확보 물량을 늘려갈 방침이다.
1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외교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코로나19 백신 도입방안’을 논의하고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1단계로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을, 백신을 개발 중인 개별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의 백신을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 국장은 “집단면역이 가능하려면 인구의 60~70%에서 면역력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3000만명 분량의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후 비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혁신연합(CEPI),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참여하고 있는 다국가 연합체로 2021년 말까지 전 인구의 20%에게 백신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백스와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으려면 도즈(1회 접종량)당 3.5달러를 선입금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백신 공급을 담당하는 GAVI에 가입의향확인서를 제출했으며, 18일까지 확정서를 제출하고 다음달 9일까지 1000만명분에 대한 선입금을 납부할 방침이다.
나머지 2000만명분은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임 국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화이자, 존슨&존슨,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의가 상당히 진척됐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안전성·유효성이 완전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서두른 계약은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안전성·유효성 검토 결과, 가격, 공급 시기 등을 고려해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 정부의 ‘백신 확보 전쟁’에 한국이 뒤늦게 뛰어든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물량 확보엔 자신있다”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아스트라제네카·노바백스는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 생산을 맡겼으며, 화이자·존슨&존슨·모더나로부터도 한국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받은 상황”이라며 “2000만명분 이상 구매엔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3000만명분의 백신 물량 확보에는 1723억원 상당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의 40%는 코백스에, 60%는 개별 기업에 배분된다. 이후 정부는 2단계 백신 구매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전 국민이 접종 가능한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외 백신 구매와 별도로 국내기업의 백신 개발지원 대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개발업체들의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임상환자 모집 등 임상 과정에서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국가 감염병 임상시험지원센터’도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는 다음달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누구부터 시작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담긴 예방접종 시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 비용은 심의를 통해 추후 결정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단계적 예방접종 전략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점검하며 대비하겠다”면서도 “엄연한 현실은 백신의 효과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거리 두기가 일상화돼야만 우리 사회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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