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중앙일보

[분수대] 탈영

박진석 입력 2020.09.16. 00:37 수정 2020.09.1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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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사회에디터

“정말이야? 정말 안 들어왔어?”

A가 사고를 쳤다. 입대 동기이자 주특기 동기, 자대 동기였던 그는 첫 휴가를 나갔다가 거짓말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부대에서는 난리가 났고, 아들의 미복귀 소식을 전해 들은 그의 집에서도 난리가 났다. 설득과 협박의 병행이 먹혀들었는지 그는 일주일 정도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진짜 사달이 난 건 그때부터였다. 미복귀자의 뒤늦은 복귀는 필연적으로 미복귀 사유에 대한 추궁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A는 ‘폭행’을 미복귀 사유로 들었다. 부대는 또 한 번 뒤집어졌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기자와 또 다른 동기 B가 A와 그 ‘폭행’을 함께 당했기 때문이다.

군사 훈련 종료 후 우리는 TMO 기차 편으로 직접 자대에 찾아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인솔자는 없었다. 3인의 이병은 뜻밖의 자유를 조금이나마 더 즐기기 위해 부대에 늦게 들어가는 쪽을 선택했다. 자유는 역시 값이 비쌌다. 그날 밤 부대 입구에서 처음 대면한 C 상병은 주먹으로 우리의 가슴팍을 한 대씩 내질렀다.

C 상병의 주먹질은 며칠 뒤 재연됐다. 신고식에서 선임병들의 서열과 기수 등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두 번 모두 코에 걸면 ‘폭행’, 귀에 걸면 ‘지도’(指導)가 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A는 그걸 코에 걸었다.

소환 통보를 받은 기자와 B는 딱 잡아떼기로 했다. 하지만 노련한 헌병 수사관 앞에서 이병 나부랭이들이 자백하는 데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도 전정(前程)을 고려한 부대 지휘관이 손쓴 탓인지 C 상병은 영창에 가고, A는 다른 부대로 쫓겨나는 선에서 매듭지어졌다.

느닷없이 옛 얘기를 꺼낸 건 통상의 경우 휴가 미복귀로 인한 탈영 사건이 발생하면 최소한 이 정도의 난리는 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미복귀 탈영 논란이 벌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부대에서 ‘일부 사병들의 뒷담화’와 몇 번의 회의 외에는 별 일이 없었다는 건 그래서 이례적이다. 실제 탈영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군 간부들이 서씨에게 ‘빌빌 길’ 수밖에 없었던 배경(중앙일보 9월 11일자 1면 참조)과 관계된 결과인지는 검찰이 밝힐 일이다. 매우 뒤늦은 서씨 소환과 국방부 압수 수색이 면피용 쇼는 아니길 바라본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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