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자의로 비서 근무" 반박에..피해자 "후임자 최대한 찾아보라 했다"

허정원 2020. 9.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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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지난 4월 발생한 서울시 비서실 내부 성폭력(4월 사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두 사건에 대한 진실 공방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전 인사기획비서관은 A씨 측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의 최근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박 전 시장의 비서이던 A씨가 2018년 타 부서로 전보를 요청했으나 시장의 만류로 무산됐다는 것과 서울시가 당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비서실 근무는 피해자 뜻” vs “올 사람 찾아보라 했다”

오성규 전 비서실장은 지난달 17일 "2018년 피해자 A씨의 전보를 기획했지만 A씨의 의지에 따라 비서실에 잔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 전 기획비서관 역시 15일 SNS를 통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뉴시스.

15일 민모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김재련 변호사의 신문 및 방송 인터뷰에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민 전 비서관은 이 글에서 박 전 시장의 만류로 피해자가 타 부서로 이동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 “피해자의 자의”라며 반박했다. 민 전 비서관은 “비서실 후임자를 선정할 때 (A씨가) ‘시장실 비서는 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텐데 그런 기회는 두루 주는 게 좋겠죠.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으면 제가 갈 수도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했다. 이는 지난달 오성규 전 시장 비서실장의 진술과도 같다.

그러나 피해자 측 말은 다르다. A씨는 김 변호사를 통해 “오히려 ‘비서실 업무는 워낙 고생하는 자리니 올 사람이 적을텐데 최대한 찾아보시라’고 말했다”며 “이미 2019년 7월 타부서로 전보된 후 2020년 2월에 다시 비서실 근무 요청이 들어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 염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다시 돌아오면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주겠다”는 상급자의 간곡한 요청을 받았는데, 이마저 거부하기 어려워 “정 못 찾으면 그때 가겠다”며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해명이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비서실 근무 시절에도) 지속적·명시적으로 전보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과 2018년 11월2일 인사이동 검토보고서가 작성됐고 피해자가 직접 박 전 시장과 면담까지 했으나 시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그러나 “(A씨가) 승진 후에 선호되는 부서로 전보됐는데 시장이 7급 인사를 막을 권력이 없어 승진 후 이동했겠는가”라며 “비서실에는 더 오래 근무한 일반직 공무원도 계신데 물어보라. 본인 의사를 무시하고 계속 근무한 적이 있는지”라고 썼다.


민 전 비서관 “지라시 보고 사건 알게 돼…은폐 아니다”

민 전 서울시 기획비서관은 "(4월 사건은) 은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본인은 피자에게 전화해 성폭력 관련 매뉴얼을 보내주는 등 돕기도 했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 입장문 캡처]

서울시가 비서실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민 전 비서관은 “피해자는 사건 바로 다음 날(4월15일) 고소했고, 공무원에 대해 수사 개시가 되면 서울시로 공문을 통해 간략한 사건명과 함께 수사개시 통보가 7~10일 사이에 자동으로 오게 된다”며 “이는 은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서울시 역시 사건 발생 6일 후인 4월 20일에서야 경찰 관련 지라시를 통해 사건을 인지했다”며 “사후 확인한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는 ‘서울시에 이를 알리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고 썼다.

당시 고한석 전 시장 비서실장은 “4월14일 사건 발생 후 언론에 알려진 4월23일까지 무얼 했느냐”라는 이성배 서울시의원의 질문에 “피해자가 경찰서에 고발은 했으나 시 내부에는 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내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나 계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언론에 사건이 보도된 23일 이전인 21일 B씨를 타 부서로 전보 조치해 사건을 인지하고도 숨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B씨를 대기발령, 직위해제한 건 각각 4월23일과 24일이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이에 대해 “B씨와 상의해 '서울시에 알리지 말자'고 한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비서관 측이 증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재반박했다.


민 전 비서관 “피해자 위로했다” VS 피해자 “확실한 징계 요구했다”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 전 비서관은 사건 직후 A씨의 피해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도 했다. 그는 4월22일 A씨에게 직접 전화해 “건강은 어떤가. 네 잘못이 아니다.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고 약해지면 안 된다고 위로한 후 성폭력 관련 매뉴얼도 보내줬다”고 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인연이 모두 소중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자신의 말에 대해서는 “그 다음 말이 생략된 채 나갔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가 걱정돼 위로하고 서울시 절차를 알려준 제가 보호조치 요구를 묵살한 사람이 돼 있다”며 “피해자가 전보를 갔을 때도 동료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민 전 비서관과의 통화를 마친 후 곧바로 문자를 보내 B씨에 대한 제재가 미흡한 데 대해 항의했다. A씨 측은 “‘두 사람(피해자와 가해자)과의 인연이 모두 소중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B씨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취중 실수한 것 같다’는 비서관의 말을 듣고 처벌 의지가 의심돼 문자를 보내 확실히 한 것”이라며 “비서관 측이 서울시 대응 매뉴얼을 보내준 것도 언론에 사건 보도가 나간 이후”라고 말했다.

당시 A씨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번 사건은 일반 범죄가 아닌 성범죄인 만큼 내부 징계 또한 확실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초기의 안일한 대응은 저에게 더 큰 상처가 된다”고 했다. A씨는 또 “가해자가 맡게 된 업무는 저와 밀접한 업무 연관성이 있는 업무”라며 “어떤 생각이신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민 전 기획비서관이 전화 통화를 마친 직후인 22일 문자를 보내 내서울시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김재련 변호사 측 제공]



“성폭력 피고소된 B씨 직위해제는 반대”
당시 B씨의 직위해제 조치에 대해서 민 전 비서관은 자신이 반대했다고 썼다. 그는 “현행범도 재판절차를 받아 형을 확정받는데 경찰에서는 피고소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B씨는 사건을 부인하는 데다 A씨가 (서울시로)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징계성 인사조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 성폭력 관련 매뉴얼을 알려주는 등 상담했지만, 상담은 (인사조치를 위한) '신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피해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에 신고하지 않으면 서울시의 공식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고 사법절차가 끝나야 징계위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알려줬다”고 했다. B씨와의 업무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B씨는 연가휴가를 내 사실상 전보된 부서에서 근무도 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와의 업무상 무관함은 물론 판단했다”고 썼다.

그러나 A씨 측은 “성비위 사실을 조직이 알게 됐음에도 B씨를 '직위해제'가 아닌 전보발령 조치 한 것 자체에 대해 항의하는 것”이라며 “특히 업무 성격상 A씨가 B씨에게 (결재)승인요청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 전 기획비서관은 "현행범도 재판절차를 받아 형을 확정받는다"며 B씨의 직위해제에는 반대했다. 이 사실을 피해자에게도 알렸다고 주장했다. [민 전 비서관 입장문 캡처]


"4월 사건-박원순 사건, 무슨 인과관계 있나"
한편 민 전 비서관은 “피해자가 동일하다는 것 외에 (4월 사건과 박 전 시장 사건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반면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악용해 마치 4월 사건까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돼 피해자가 고통스러워했고 서울시의 미온적인 대처까지 고려해 추가 사실을 공개하게 된 것”이라며 “수사기관에 모든 증거를 제출했는데 진실공방을 벌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B씨는 직위해제된 상태이며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의해 준강간 치상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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