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댈 곳은 국산화 뿐"..재고로 버티며 '반도체 자립' 속도
화웨이, 美 제재 대비 최대 2년 사용 물량 비축 관측
소재분야 등 이미 기술력 확보한 中, 자립 빨라질 수도
中시장서 수익 절반이상 올리는 美 반도체 기업도 타격 중>
15일 0시부터 화웨이는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만든 반도체를 손에 넣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반도체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화웨이는 IT 기기의 두뇌를 조달할 길이 막혔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에 대비해 단기 물량 비축에 나선 화웨이가 앞으로 최대 2년간 사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마련해 뒀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재고물량이 바닥나면 화웨이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한일 양국 사이에 불붙었던 통상분쟁처럼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도 어느 한쪽의 ‘완전한 패배’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번 제재는 한국이나 일본·대만 등 여러 동맹국의 수출길마저 가로막아 중국에는 수입선 다변화 같은 우회로가 없다. 그러나 단기간에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성과를 올린 중국이 나머지 분야에서 급속도로 기술 자립을 이뤄낼 힘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미중 충돌 과정에서 칼을 치켜든 미국 측의 피해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어 미국의 대중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도 제기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 스카이웍스는 연간 수익의 71%를 중국 시장에서 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퀄컴도 중국 시장에서 올리는 수익이 전체 연간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면 기술 디커플링이 발생한다”며 “이 경우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48%에서 3~5년 사이에 18%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가 힘을 받으며 중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BCG는 중국이 지난해 기준 19%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40%까지 끌어올리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로 늘릴 수 있고 자급률을 85%까지 높이면 점유율은 30%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30’을 해체해 분석한 결과 미국의 제재 이후 중국산 부품 사용률은 금액 기준으로 25%에서 42%까지 높아졌다. 반면 미국산 부품 사용률은 11%에서 1%로 뚝 떨어졌다.
중국 정부는 이번 기회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투자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일단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14차 5개년경제계획(2021~2025년)에서 최우선 정책은 반도체 산업 진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향후 5년간 수천억달러(수백조원)를 투입해 신소재 반도체 등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베칼드래고노믹스의 댄 왕 기술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반도체를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지도부가 확실하게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시기 반도체·소프트 산업 발전 대강’도 대표적인 지원책이다. 자국 반도체 기업에 최대 10년간 비과세를 약속한 게 주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나 메모리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비한 방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라는 큰손을 잃으며 단기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제재에 앞서 반도체 물량을 대거 사재기한 만큼 올 3·4분기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화웨이의 재고 상황에 따라 4·4분기 이후 화웨이 물량 공백에 따른 단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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