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경제활동 해도 손해 본다는 인식 없어야 저출산 막을 수 있을 것"

정석우 기자 2020. 9. 16. 09: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행복입니다 시즌3]
저출산고령사회委 서형수 부위원장
"올해 합계출산율 0.82명 예상 사회 존립의 문제로 생각해야"
고운호 기자

“과거보다 양성 평등은 많이 개선됐고, 직장이나 가정 내 남녀 간 격차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워킹 맘(직장 다니는 엄마)은 희생할 게 많으니 결혼이나 출산을 꺼립니다. 정부는 워킹맘이 느끼는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축복’이라는 인식을 확대해야 합니다.”

범정부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서형수(63·사진)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92명인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아이가 행복입니다 시즌 3’ 행사가 열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만난 그는 “올해는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져 0.82명으로 전망되고 코로나 사태로 내년 이후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출신인 서형수 부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신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남 양산을)을 각각 지냈다.

―향후 출산율 전망은 어떤가.

분기별 추이를 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82명으로 전망된다. 내년과 후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혼인은 전년 대비 16% 줄었다. 영아사망률을 감안해 엄마·아빠가 2.1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되는데 이대로면 지금 부모 세대 인구가 100명이라면 세대가 4번 바뀐 120년 뒤 2명이 된다. 경제활동인구가 준다,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정이 망가진다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존립의 문제다.

―그래서 대책이 뭔가.

남성과 여성의 교육 격차 등 결혼 이전까지는 사회에서 차이가 많이 줄었지만 가정을 꾸리고 나면 여성이 남성보다 여전히 불리하다. 여성 사이에서도 아이가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직장 생활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을 막으려면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경제활동을 해도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줄여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키운다’는 인식이 강했던 독일은 보육시설 확충, 경제활동 유도책으로 1995년 1.3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을 2018년 1.6명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고용·복지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

―육아휴직 제도가 있어도 회사 분위기나 경제적 이유로 제대로 쓰지 못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때까지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생후 18개월까지 정부 차원에서 월 100만~150만원 식으로 현금을 지원해 직접 키우든, 다른 사람에게 맡기든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내년 이후 정부 차원에서 협의하고자 한다. 2018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미혼 여성이 60.3%로 10년 전(37.6%)보다 크게 늘어났다. 적어도 이들 일부를 ‘해야 한다’로 돌리는 게 목표다.

―돈만 준다고 아이 낳고 결혼하겠나.

애국하려고 결혼하고 애 낳는 거 아니다. 아이를 고리로 사랑을 주고받는 가정에서 행복을 누리는 게 통상의 생각일 것이다. 아이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이고, 사회에선 미래의 주인이다. 사회가 지원하고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주변에서 우리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구나’ 하는 보상이 필요하다. 육아휴직도 제도의 사각지대가 있는 게 아니고 제도 안에 있는데 운용의 사각지대가 있는 거다. 기업 문화는 국가가 강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가 행복입니다’ 행사 같은 캠페인이 국가가 직접 할 수 없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