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쏟아 개발한 OLED도 중국에 곧 따라잡혀 '절체절명'

이창환 2020. 9. 16. 11: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한국 디스플레이]고사 위기 디스플레이 업계, 탈출 아니면 중국수출
중국산 저가 LCD에 이어 OLED까지 한국시장 덮쳐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및 시장확보에 사활 걸어야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국내 굴지의 디스플레이 회사에 다니는 A씨는 최근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주도하던 회사에 큰 애정이 있었던 A씨다. 그러나 최근에 회사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다 인원 조정에 이어 처우도 나빠지는 추세라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적극적으로 이직을 추진하고 있다. A씨는 "최근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다운돼 있다"며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기회가 되면 이직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화웨이발 후폭풍까지 이어지며 분위기가 더 악화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LCD와 OLED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고 최근 화웨이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미래가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디스플레이 시장은 위축되는데 중국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중소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중국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생산량 기준으로 올해 세계 모바일 OLED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67%, 중국이 31%다. 그러나 4년 뒤인 2024년에는 중국이 50%, 한국이 49%로 처음으로 전세가 역전된다고 예상했다.

이미 구매량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중국이 한국 점유율을 넘었고 몇 년 안에 생산량 기준으로도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다.

지난해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최대 모바일 OLED 구매자였지만 올해부터는 중국 업체들이 최대 구매자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2분기 모바일 OLED 구매량을 보면 화웨이가 53.4%로 가장 많으며, 오포가 두 번째로 8.9%를 차지했다.

유비리서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이 최대 OLED 구매자였지만 올해부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OLED 사용량이 최대가 됨에 따라 중국 패널 업체들의 생산량 증가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LCD 이어 OLED까지 중국산 밀려들어와…한국 디스플레이 절체절명 위기

OLED는 저물어가는 LCD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이 10년 이상 공들여 개척한 신제품인데 몇 년 안에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OLED인 플렉서블 OLED 역시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9%에서 2023년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BOE와 차이나스타(CSOT), 티엔마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투자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최근 BOE는 올해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지난해 대비 두 배가 넘는 4000만대 이상 출하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저가형 제품에 계열사 패널 대신 중국산 LCD 패널을 쓰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디스플레이 패널이 동급 사양의 국산에 비해 단가가 30% 이상 저렴하다"며 "덤핑 수준의 제품 가격에 세트회사들이 완제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산 패널을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각자 살길을 찾아 중국 수출을 늘리는 중이다. LG디스플레이도 중국 광저우 공장을 통해 최신 OLED 패널의 중국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에 따라 중견ㆍ중소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중국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건식식각장비 업체인 인베니아는 중국 HKC와 65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장비 공급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45%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영우디에스피는 지난 7월 CSOT, 티엔마와 각각 308억원, 65억원 규모의 OLED 검사장비 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도 비아트론, 탑엔지니어링, 케이씨텍, 참엔지니어링 등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중국과 대규모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LCD에 이어 OLED마저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시장점유율 확대 움직임은 국내 업체들에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향후 OLED시장까지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전략적 변화와 압도적 기술 차별화의 필요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