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 깔렸는데..'포르쉐 질주' 피해 오토바이 기적의 생존

위성욱 2020. 9. 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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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
해운대 광란의 질주 피해자인 오토바이 운전자
좌회전때 포르쉐가 후방 측면충돌해 충격 완화


오토바이 운전자, 중상 입었지만 생명 건져

해운대에서 포르쉐 차량이 광란의 질주를 하면서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는 모습. [사진 보배드림 캡처]

“어떻게 살았는지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16일 이장수 부산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단 팀장이 최근 포르쉐 사고로 중상을 입은 오토바이 운전자 A씨(40대)가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것을 놓고 한 말이다. 이 팀장은 지난 14일 오후 5시 42분쯤 부산 해운대구에서 7중 추돌 사고가 난 5분쯤 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당시 이 팀장은 사고현장에서 구조가 필요한 인원을 5명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3명이 사고를 낸 포르쉐 쪽에 있었다.

포르쉐 차량은 7중 추돌 사고 현장에서 570m 정도 떨어진 해운대 옛 스펀지 건물 인근에서 정차 중이던 아우디 A6 차량과 부딪히는 1차 사고를 냈다. 이후 약 500m를 질주하다 중동 지하차도에서 앞서가는 포드의 토러스 차량을 재차 추돌했다. 이어 다시 70m 정도 달린 뒤 중동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그랜저 승용차 등과 추돌하며 7중 추돌사고를 냈다.

이 팀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포르쉐 차량에 들이받힌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뒤집힌 포르쉐 차량의 보닛 밑에 상반신이 끼어 있었다. 충돌지점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A씨는 이 팀장 등이 말을 걸면 “아~”라고 답을 할 만큼 의식도 있었다. 뒤집힌 포르쉐 차 안에는 운전자와 동승자도 있어 함께 구조됐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A씨는 옷이 거의 다 찢겨 있었고, 오른쪽 종아리 쪽에 열상, 흉부와 복부에 통증이 있는 채로 병원에 옮겨졌다”고 말했다.

A씨가 오토바이 운전자라는 것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뒤집힌 포르쉐로부터 30~40m 떨어진 곳에 다 찌그러진 오토바이 한 대가 그제야 이 팀장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팀장은 “A씨 구조 뒤 인근에 찌그러진 오토바이 한 대가 있어 ‘어, 저 운전자 어디 갔지’ 하며 찾다 보니 포르쉐 밑에 사람이 있었다”며 “현장에 와 있던 구조구급 대원들이 한목소리로 ‘천운이다’고 말했다”고 했다.

사고를 낸 포르쉐 모습. [연합뉴스]
사고를 낸 포르쉐 모습. 본네트 쪽이 거의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안전 헬맷 썼고, 2차 충돌도 없어 피해 줄여
소방과 경찰 쪽 말을 종합해보면 A씨가 큰 사고를 당하고도 목숨을 건진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A씨가 포르쉐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 주변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씨는 지하차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면서 좌회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를 시속 140㎞ 정도로 추정되는 속도로 포르쉐 차량이 달려와 들이받았다. 그 순간 A씨가 오토바이와 분리돼 잠시 허공에 떠 있다가 포르쉐와 그랜저 차량 쪽으로 떨어지면서 함께 밀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A씨가 몰던 오토바이는 왼쪽으로 홀로 떨어져 나갔다.

이 팀장은 “오토바이가 정면으로 출동하게 되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우 보호장치가 없어 머리나 척추 등이 크게 다쳐 사망 확률이 높다”며 “A씨의 경우 차량이 뒤에서 추돌했고, 그것도 방향을 왼쪽으로 틀고 있는 상황에서 부딪히다 보니 충격이 다소 완화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측도 비슷한 추정을 내놨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같은 방향으로 오토바이와 포르쉐 차량이 진행 중에 부딪히다 보니 정면충돌과 달리 완충효과가 나타난 것 같다”며 “영상으로만 추정해보면 후면 충돌 후 운전자가 바닥에 떨어진 후 미끄러지듯 간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포르쉐에 부딪혀 찌그러진 오토바이 모습. [뉴스1]



배달일 하다 사고당해…경찰 “지원책 마련”
A씨가 헬멧을 쓰고 있었던 것도 피해를 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고가 난 교차로의 경우 당시 A씨가 직진하거나 좌회전하려던 방향 외에는 차들이 멈춰서 있던 상황이어서 포르쉐와 충돌 후 2차 충격이 없었던 것도 A씨가 더 큰 부상을 입지 않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추정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차량이 140㎞ 속도로 부딪혔다면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망할 확률이 높다”며 “구조 당시 포르쉐 차량 밑에서 발견됐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차량 밑에 깔려서 밀려갔다면 사망 확률이 큰데 아마도 차와 사람이 별도로 밀려가다 마지막에 포르쉐 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부산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A씨가 골절 등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이긴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배달일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가 있어 A씨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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