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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노조법상 사용자"

김지환 기자 입력 2020. 09. 16. 15:35 수정 2020. 09. 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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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CJ대한통운이 CJ대한통운 대리점과 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5단독 황지현 판사는 지난 9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택배연대노조 조합원 6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이 2018년 2월12일 서울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무력화하는 대체배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택배연대노조 부산·울산·경남지부 창원성산지회는 2018년 4월 초부터 각 대리점과 택배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 인정 및 기존 수수료율 인하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했지만 그해 6월23일 논의가 중단됐다. 이에 지회는 6월25일부터 이틀간 택배분류 작업에 비협조하는 방법으로 배송 거부를 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화물을 창원성산터미널에서 부산사상터미널로 옮기고 직영기사를 통해 배송업무를 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택배노동자들은 본인의 택배차량을 부산사상터미널에 주차해 직영기사 택배차량의 통행을 막았다. 또 직영 택배차량 앞에서 몸을 밀착해 서 있거나 운전석 문을 두드리며 배송을 막았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업무방해 혐의로 이들을 고소했다.

황 판사는 CJ대한통운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노조법 43조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들의 노조법상 사용자여야 한다. 이에 대해 황 판사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 개념보다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해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조법상 대체인력 사용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이 다른 지역의 택배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행위에 대해선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 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 투입행위”라고 판단했다.

황 판사는 또 위법한 대체근로를 막기 위한 실력행사가 정당행위인지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의 행위로 인해 CJ대한통운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지법 김천지원도 지난 2월 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의 파업에 직영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것은 노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천지원은 판결문에서 CJ대한통운을 택배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본 이유를 별도 쟁점으로 다루진 않았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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