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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세연 때리더니..경기연 보고서 "도입초기라 분석한계"

전성필 입력 2020.09.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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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연구원(경기연)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재명표 지역화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세연을 향해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경기연은 조세연의 연구가 과거 시점의 ‘부실자료’를 기반으로 수행됐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작 경기연도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도입 초기 단계라 지역화폐의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기연의 연구에서는 조세연과 달리 지역화폐의 비용적 측면은 별도로 고려되지 않아 한계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 순기능 확인 위해선 지속 연구 필요”
16일 경기연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지역화폐 도입·확대에 따른 성과 분석 및 발전방안’ 보고서(이상훈 경기연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경기연은 지난해 경기도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취급 소상공인에 두 차례에 걸쳐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는 이날 오전 조세연 비판 입장문을 발표한 유영성 경기연 기본소득연구단장도 공동연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1·2차 조사 각각 3213개 업소를 표본으로 삼았고 2549개 업소가 유효 표본으로 집계됐다. 지역화폐가 사용된 업종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일반한식 23.6%, 슈퍼마켓 7.3%, 서양음식 6.1%, 보습학원 5.6%, 편의점 4.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1차 실태조사 결과 지역화폐 취급 소상공인들 중 74.6%가 경기도 지역화폐가 매출향상에 도움(어느정도 도움+매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반면 2차 실태조사에서는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중이 49.0%로 줄었다.

경기연구원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감소하는 상황을 반영하면 지역화폐의 매출액 기여도는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지역화폐 도입의 초기현상으로 지역경제 내에서 순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효과 분석 시도했지만 “정밀 분석에는 한계” 인정
경기연은 이런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도 분석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산업연관분석을 한 뒤 지역화폐 사용액을 기준으로 지역경제 파급 효과를 분석했다. 경기연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도내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충전액은 3424억7900만원이고, 이 중 77.7%에 해당하는 2661억4600만원이 사용됐다고 명시했다.

이를 기준으로 경기연이 분석한 결과 경기도 지역화폐의 생산 유발 효과는 총 4901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총 2044억원으로 나타났다. 취업 유발 효과도 총 2591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경기연은 지역화폐 발행 비용, 지역화폐 사용에 따라 비사용처의 매출감소 규모,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 등의 부작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조세연이 이들 부작용을 고려해 경제적 손실을 증명한 데 비해 입체적인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던 셈이다.

경기연은 또 보고서에서 연구에 한계점이 있다고 명시했다. 경기연은 “경기도 지역화폐는 2019년 4월에 본격적으로 도입돼 정착 초기에 있으며 현 시점(지난해 12월)에서 도입초기 2차에 걸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지역화폐 가맹 점포 및 이용자들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연은 이어 “2차례에 걸쳐 추진되었던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통실태 분석이 이뤄졌으나 샘플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정밀한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며 “향후 지역화폐의 업종별, 부문별, 시간별 카드사용액 등이 파악되면 체계적인 보급확대 및 발전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단기간에 걸쳐 마련된 자료를 통해 분석을 내놨지만, 보완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점을 경기연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앞서 경기연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과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지역화폐의 취지 및 상식을 왜곡한, 부실하고 잘못된 연구 보고서를 비판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유 단장은 입장문에서 조세연의 분석이 “비용만을 강조할 뿐 지역화폐 활용으로 인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편협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조세연 “향후 데이터 보완할 것”

조세연은 향후 최신 자료를 보강해 연구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조세연 보고서를 작성했던 송영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0~2018년 전수조사 자료를 데이터로 이용해 부실자료를 활용했다는 경기연의 비판에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전국 사업체를 대상으로 매출액을 파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한국통계빅데이터센터의 기업등록부 데이터베이스 자료가 현재 2018년 판까지 나온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2019년 자료가 나오면 시계열을 연장해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브리프 자료가 아닌 본 보고서에는 2019년 이후 지역화폐의 효과가 달리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점에서 연구에 한계점이 있다고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저희 (연구)의도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 자체를 반대하자는 게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면서 “지역화폐의 문제점은 슈퍼나 식료품점 등 특정 업종에 (매출 증가) 효과가 편중된다는 데 있다. 그분들만 소상공인인 건 아니니까 특정 업종이 혜택을 몽땅 가져가도 되는 건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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