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입도선매' 외국은 수억 회분, 한국은 0.. 맞는 걸까요?

김진주 입력 2020. 9. 17. 07:30 수정 2020. 9. 1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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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해외백신 3,000만명분 도입 계획
"안전성 확보 우선" 한다며 선계약은 안해
전문가들 "잘못하면 때 놓친다" 우려 목소리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원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0만명에 육박하면서 세계 각국이 백신 확보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외 백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공급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서두르지 않으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글로벌 백신 공급 메커니즘인 '코백스 퍼실리티(COVEX Facility)'와 글로벌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국민 60%에 접종가능한 백신을 우선 확보하기로 했다. 총 3,000만명 접종 분량으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 분량을, 개별기업과의 계약에서 2,000만명 분량을 확보할 방침이다.

코백스 퍼실리티의 경우 자력 구매 능력을 갖춘 국가를 통해 재정을 확보한 뒤 백신을 공동 구매하고 배분하는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도즈(1회 접종분량)당 3.5달러씩을 선입금 하면 물량 확보에 큰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개별 기업에서 공수한다는 물량이다. 정부는 현재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 화이자, 존슨앤 존슨 등과 백신 관련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급계약을 체결하진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전본원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반면 환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다수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격적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찌감치 백신 입도선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부분은 백신 개발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우선 투자하고 추후 약물 개발시 일정량을 먼저 공급받는 식이며, 각 회사별 백신 유형이 다르다 보니 한 나라가 여러 회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영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이미 1억회분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함께 개발 중인 백신 3,000만회 접종분과 사노피-글락소미스클라인(GSK)이 공동개발하는 백신 6,000만회분을 확보했다. 미국도 아스트라제네카에 12억달러(한화 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해 3억회분을 확보했고, 노바백스사와 사노비-GSK 공동개발 백신을 각 1억회분, 모더나 백신 10억달러(한화 약 1조1,700억원)어치를 공급받기로 했다.

해외에 비해 뒤처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서둘러 선구매를 하면 잘못을 범할 수 있다"며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2곳이 국내에서 백신 생산을 하기로 했고, 이를 통해 2,000만명분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백신 확보도 자원개발을 시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자원이 항상 100% 개발될 거라 상정하고 투자하는 게 아닌 것처럼 백신도 어디 회사의 무엇이 먼저 혹은 제대로 개발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일단은 여기저기 뛰어 드는 게 맞다"며 "안전성, 효과성이 입증된 뒤에는 이미 가격이나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때도 미리 백신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다가 결국 뒤늦게 당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이 직접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GSK 본사를 찾아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해외 제약사의 국내 생산에 기대는 것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제약사들이 백신을 국내서 생산한다고 해도 이 중 얼마를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분명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이미 선구매한 나라들에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선진국들의 선계약 행태에 방역 외 정치적 측면이 고려된 경우 등도 더러 있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패닉바잉(공포에 의한 매수)에 잘못 뛰어들었다간 국가적 손해만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확보를 공격적,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패닉바잉을 쫓는 건 맞지 않다"며 "백신은 환자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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