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미애 소설'의 전말..시작에는 '보좌관'이 있었다

김판 2020. 9.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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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 휴가 미복귀 논란있던 밤 상황 재구성
보좌관은 그날 왜 전화를 했을까
12일간 3차례 통화, '엄마 추미애'는 진짜 몰랐나

소설의 시작 : 추미애

“소설을 쓰시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아들 서씨의 휴가 미복귀 의혹과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의지를 묻는 야당 국회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사건을 배당받았던 동부지검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발령 난 것을 거론하며 “아들 수사 건하고 관련이 있는 것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추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세요”라고 응수했다.

추 장관이 ‘소설’이라고 언급한 사건은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아들 서씨의 휴가와 관련한 야당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법무부 차관 인사를 이와 연계시켜 생각하는 것이 억측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추 장관을 엄호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휴가 관련 기록이 부실하다”며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주장대로 서씨의 휴가 관련 기록들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다. 필요한 서류가 누락된 경우도 있고, 현재 존재하지 않는 서류도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일부 행정 오류 미비 가능성은 시인하지만, 규정상 문제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주요 당사자를 소환해 휴가 관련 기록을 살펴보고 있는 검찰은 불법성보다는 ‘단순 행정 누락’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17일 그동안의 취재 내용을 종합해 서씨 휴가 미복귀 논란을 정리했다.


이야기의 주인공 : 보좌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는 ‘추미애 보좌관’이 있다. 지원장교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추 장관의 당 대표 시절 보좌관 A씨는 서씨의 휴가와 관련해 군부대 관계자에게 최소 세 차례 전화를 걸었다. A씨는 1차 휴가(병가) 마지막 날인 2017년 6월 14일, 2차 휴가 중인 6월 21일(병가), 3차 휴가(연가) 중인 25일 등 세 차례 지원장교 B대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가의 단계 단계마다 전화를 건 셈이다.

외압 여부를 판단할 핵심 단서인 통화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화를 건 A씨나 전화를 받은 지원장교 B대위 모두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 모두 검찰 조사에서 “문의성 전화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보좌관 A씨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들 서씨와 친해져 평소 가깝게 지냈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청와대에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수차례 연락에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진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전해진다.

추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보좌관의 전화 여부에 대해 “그것은 제가 알지 못한다”는 묘한 답변을 남겼다. 보좌관에게 전화 여부를 물어봤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지가 않다. 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당 의원들은 “서씨와 보좌관이 평소에도 자주 연락하던 사이였다. 추 장관은 정말 몰랐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날’의 진실 : 당직사병

서씨 휴가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2017년 6월 25일 저녁 상황이다. 이날 당직사병이었던 현모씨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내가 당직사병으로 근무하며 추 장관 아들의 미복귀 보고를 받았다”며 “그 후 추 장관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든 부대에 복귀하라는 얘기를 했는데 20~30분 뒤 이름을 모르는 대위가 찾아와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 처리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서씨의 변호인단은 “25일은 이미 서씨의 휴가가 처리돼 휴가 중이었기 때문에 당직사병과 통화할 일도 없었고, 당직사병이라고 주장하는 현씨와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휴가 상태였나 아니었나를 떠나 전화 통화 여부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엇갈린다.

해당 지원반에서는 25일 저녁 서씨의 미복귀와 관련된 ‘혼란’이 있었다. 저녁 9시에 점호를 하는데, 선임분대장이 서씨가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았다고 당직사병인 현씨에게 알렸다. 이 대목에서 현씨는 “미복귀 사실을 파악하고 서씨에게 직접 전화해 부대 복귀를 명령했다”고 주장한다.

지원장교 B대위는 오후 9시 30분쯤 보좌관 A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통화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후에 B대위는 당직사병 현씨가 근무하고 있는 지원반 사무실에 나타나 상황을 수습했다.

만약 서씨가 현씨 등 부대 관계자들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았다면, 갑자기 보좌관이 B대위에게 늦은 시간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B대위도 자신이 보좌관 A씨의 연락을 받고 지원반 사무실에 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씨도 “그날 본 대위가 B대위가 맞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보좌관 A씨는 서씨 휴가 관련한 부대 내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B대위에게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복귀’ 또는 ‘오해’ : 지원장교

그렇다면 왜 25일 저녁에 혼란이 빚어졌을까. 서씨 측의 설명대로 정상적으로 부대장의 휴가 승인을 받아 연가 사용 중이었다면, 당직사병은 왜 몰랐을까. 그리고 23일 금요일 저녁, 24일 토요일 저녁에는 왜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것일까.

해당 부대에서는 23일과 24일 저녁 점호를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도 최근 부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적으로는 카투사 군인들이 외박을 나가는 금요일(23일)과 토요일(24일) 모두 점호를 진행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25일 저녁에서야 병사들이 서씨가 부대에 없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다.

선임분대장과 당직사병은 왜 서씨를 휴가 미복귀자로 인식했을까.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해당 부대의 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씨가 근무한 지역대는 지역대 본부와 지원반으로 구성된다. 각 지원반은 50여 명의 병사로 구성되고, 지역대 본부는 20개 정도의 지원반을 통솔하는 구조다. 각 지원반은 상사나 대위가 지원반장을 맡아 병력을 담당하고, 휴가 등 인사 관련 행정 처리는 지역대 본부가 맡는다. 즉 지원반장이 휴가를 건의하면 지역대 본부의 지원장교가 이를 취합해 부대장에게 결재를 올린 뒤, 다시 그 결과를 각 지원반에 전달하는 구조다.

문제는 서씨 휴가 무렵 지원반장 C상사가 암 진단을 받아서, 다른 지원반을 맡고 있던 D대위가 서씨가 속했던 지원반까지 통합 관리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휴가 건의를 올려야 하는 지원반장이 누구인지 모호해진 상황에서, 보좌관은 바로 지원장교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서씨 측의 주장대로 서씨는 부대장으로부터 3차 휴가(연가)에 대한 구두 승인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행정 처리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승인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지원반장이 휴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당시 지원반장이 공석이거나 다른 지원반장이 대리 업무를 봤기 때문에 일련의 후속 조치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다. 즉, 지원반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일반적인 휴가 신청 절차가 아니라 중간에 있는 지원장교부터 절차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꼬인 셈이다. 보좌관의 전화가 울린 바로 그 지점에서 이번 논란은 시작됐다.

해당 부대장도 “행정 과정의 오류나 실수는 있을 수 있었다”면서 “당시 간부들 조치가 병사들에게 세세히 전달되지 못한 상황에서 제보한 당직병사가 오해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검찰도 이 같은 구조에서 단순히 행정이 누락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장의 구두 승인이 있었다지만, 후속 행정 조치가 누락됐다면 당직사병 등 병사들은 서씨의 3차 휴가가 연장된 내용을 모를 수밖에 없다. 현씨 등이 ‘서씨가 미복귀했다’고 주장할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규정상 문제는 없다”는 해석을 내놨지만, 야당은 “관련 서류 미비로 휴가 미복귀이자 탈영 상태였다”라고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검찰도 각 휴가 연장 처리 절차 등을 살펴보면서 위법의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게다가 서씨의 지원반장이었던 C상사는 평소 사병들의 휴가 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당시 사병들에 따르면 C상사가 실제 서씨의 병가 연장을 거부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서씨가 C상사에게 직접 휴가 얘기를 하지 못했고, 대신 보좌관이 체계상 중간에 있는 지원장교에게 바로 전화를 넣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 통화가 이뤄진 2017년 6월 14일에는 C상사도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던 시점인데, 보좌관은 지원장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제 외압 여부를 떠나 적어도 서씨와 보좌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진짜 몰랐을까 : ‘엄마 추미애’

특혜·외압 여부는 검찰의 수사로 조만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외압이나 특혜는 없었고, 단순 행정누락에 의한 오해 소동’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추 장관이 인지했는지는 검찰 수사로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응하는 추 장관의 태도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의혹이 제기됐을 때 추 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 “관여한 바 없다” “외압을 쓸 이유도 없고 쓰지도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지난 7월에는 법사위에 출석해 “언론에 미주알고주알 나가는 것들이 정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 번 저는 감탄하고 있다” “아들의 신변까지도 이렇게 낱낱이 다 밝히는데 참 대단하다…참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의혹을 제기해 놓고 그걸 언론하고 합세를 해서 다 문제 있는 문제투성이로 만들고 난 뒤에 또 그걸 국회에 와서 떠들고 면책특권을 활용하고 그런 일을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당직사병들이 오해할 만한 상황이어서 문제가 제기됐는데, 사건의 경위를 정확히 설명하기는커녕 이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안의 본질과 거리가 먼 ‘검찰개혁’ 등을 언급하며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그러는 사이 의혹은 커져만 갔다. 각종 제보가 국민의힘 의원실로 모였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한 사실 등 여러 특혜 정황이 드러나게 됐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추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사과만 했어도 끝날 일을 계속 말을 잘못해서 지금까지 논란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보좌관이 군부대에 처음 전화한 날(14일)부터 마지막 통화(25일)까지의 기간은 12일이다. 이 기간에 보좌관은 국회에서 추 장관과 함께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아들 서씨는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지냈다고 한다. 보좌관을 통해서든, 집에서 쉬고 있는 아들을 통해서든, 상식적으로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추미애(왼쪽)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조서 누락’ 특별한 이유 있었나 : 동부지검

서씨 휴가 미복귀 사건이 정쟁화된 과정에는 검찰의 책임도 크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6월 지원장교 B대위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면서 “2017년 6월 자신을 추 의원 보좌관이라고 소개한 사람으로부터 휴가 연장 관련 문의 전화를 받았다”는 핵심 진술을 조서에서 빠뜨렸다. 담당 수사관이 “입증할 수 있는 사실이냐” “확실하냐”는 반응을 보이며 재차 묻자, 객관적인 물증이 없던 B대위가 머뭇거렸고 수사관은 “애매하다”며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대위의 진술은 지난 2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 의원실과의 통화에서 B대위는 “왜 추미애 보좌관이 굳이 이걸(전화)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부대장이었던 C중령도 “(보좌관으로부터) 병가를 연장할 수 없냐 그런 전화를 받은 거 같고 지원장교가 안된다 했다 들었다”고 했다.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검찰이 주요 진술을 조서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야당에서는 “제기된 의혹을 수사하면서 중요한 발언을 빠뜨렸다는 것은 현직 법무부 장관 보호를 위한 엉터리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동부지검은 B대위 등 주요 참고인들을 재소환해 조서 누락 경위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관련 진술이 누락된 이후인 지난 7월 국회에서 “빨리 수사를 해서 무엇인 진실인지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장관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사건과 관련하여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아니하였으며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실 수사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 관계자들에게 “바르게 수사될 수 있도록 보고를 잘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동부지검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늑장 수사 논란에 조서 누락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아도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결국 검찰 스스로 정치적 시비를 자초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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