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두 개의 이름으로-리샹란과 야마구치 요시코

추왕훈 2020. 9. 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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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란 무엇인가·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두 개의 이름으로-리샹란과 야마구치 요시코 = 야마구치 요시코·후지와라 사쿠야 지음, 장윤선 옮김.

일제가 세운 괴뢰국가 만주국에서 중국 여배우로 행세하며 침략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이용당한 일본인 야마구치 요시코(1920~2014)의 일대기다.

중국 푸순에서 출생한 야마구치는 일본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일 관계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중국인과 함께 학교에 다니며 완벽한 중국 표준어를 구사하게 된다.

빼어난 외모와 출중한 노래 실력에 유창한 중국어 능력까지 갖춘 그의 이용 가치를 알아본 일본 군부에 의해 '리샹란'이라는 이름의 중국 여배우로 데뷔하고 이후 일본의 수많은 전쟁 선전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아 '오족협화'라는 침략 이데올로기의 선전 도구가 된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일본인에게 협력한 중국인을 뜻하는 '한간(漢奸)'으로 몰려 재판을 받다 일본인임이 증명돼 풀려난 그는 결혼과 함께 공적인 활동을 중단했다가 1969년 일본 와이드 쇼 프로그램 사회자로 다시 복귀한다.

단순히 프로그램 출연에 머무르지 않고 베트남 전쟁을 취재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여성 해방운동가이며 비행기 납치로 유명한 레일라 카흐레드를 인터뷰하는 등 세계 분쟁 해결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펼쳤다.

이런 활동이 평가받아 정계에 진출한 그는 참의원, 환경청 정무차관 등을 지내고 1990년대 중반 위안부 문제의 일본 측 대표단체인 아시아여성기금 부총재로 일하기도 했다.

비록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일본이 만들어낸 가짜 중국인 배우였지만, 야마구치 요시코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1987년 일본 언론인 후지와라 사쿠야와 함께 쓴 이 책은 그가 '리샹란'으로 살았던 인생 전반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그는 "나는 리샹란이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했지만, 그 이름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머물러 있다. 그 책임은 나에게도 있다. 하지만 책을 끝낸 지금 나는 조금씩 확실하게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썼다.

소명출판. 462쪽. 2만8천원.

▲ 양심이란 무엇인가 = 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 김희상 옮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역사학 교수이자 국제정치사 분야 석학인 저자가 인류 역사에서 양심이 어떻게 정의되고 어떤 논쟁을 거쳤으며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고찰한다.

저자에 따르면 도덕이 선과 악을 구별할 줄 아는 능력이라면, 양심은 이 도덕을 바탕으로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거나 행동을 돌아보게 만드는 내면의 목소리에 가깝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와 구약 성서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양심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살펴본 저자는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의 사례에서 양심이 어떻게 왜곡된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양심의 근거를 국가보다 더 높은 도덕성에서 찾으며 국가에 저항한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저자는 그 대표적인 예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을 든다.

저자는 이어 오늘날 주목받는 건강 관련 양심과 환경 관련 양심에 관해 설명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제기되는 21세기 양심 관련 쟁점들도 언급한다.

양심에 관해서는 많은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지만, 저자는 역사를 통해 반복되는 양심의 패턴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작고 자발적이며 해방을 추구하는 것으로 시작해 크고 강제적이며 기괴한, 심지어 전체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니케북스. 464쪽. 2만5천원.

▲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 에드워드 듀슨베리 지음, 장호연 옮김.

올해로 창단 54주년을 맞이한 타카치 콰르텟의 리더이자 제1 바이올리니스트가 베토벤과 함께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이야기한다.

타카치 콰르텟은 1975년 4명의 헝가리 연주자들이 모여 창립한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으로 '베토벤에 관한 한 과거와 현재의 그 어떤 콰르텟보다 뛰어나다'라는 평을 받는다.

타카치 콰르텟이 창립된 지 18년이 지나 합류한 저자는 입단을 위한 오디션부터 리허설, 순회공연, 악기 후원, 음반 녹음, 단원 교체에 이르기까지 콰르텟에서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를 책에 담았다.

이야기마다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베토벤의 음악이 자리하는데, 저자는 베토벤의 시대와 현재를 오가며 곡이 작곡된 당시 상황을 풍부한 자료로 살피고 연주자로서 자신의 체험담도 함께 밝힌다.

현악기 연주자들이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상세하게 묘사된 리허설 장면과 연주자들이 발견하는 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타카치 콰르텟이 음악을 전하는 방식과 생각, 감정을 엿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지금도 난해한 베토벤 작품이 처음 작곡됐을 당시 연주자에게는 얼마나 가혹하게 보였을지를 상상하면서 그에게 측은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베토벤이 자신의 중기 4중주곡에 대해 투덜거리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고 맞받아쳤다는 일화를 떠올린다.

아트북스. 352쪽. 1만8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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