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워도 치워도"..대청호, 쓰레기로 '몸살'

글·사진 이삭 기자 2020. 9. 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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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최대'..수거 비상

[경향신문]

지난 16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대청댐 부유물 작업장에서 지난 장마로 대청호에 밀려온 쓰레기 수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장 장마에 계속 떠내려와
온갖 잡동사니 뒤엉켜 악취
축구장 한 개 반 크기에 쌓여

비만 오면 밀려와 ‘지긋지긋’
수거·처리 두 달 이상 걸릴 듯

지난 16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대청댐 부유물 작업장. 축구장(7140㎡) 한 개 반 정도 크기인 1만1975㎡ 면적의 이곳에 넓고 거대한 갈색 언덕이 생겼다. 언덕 높이가 3.5m는 넘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 거대한 나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누군가 버린 휴대용 부탄가스통, 소주병, 오토바이 헬멧 등 각종 생활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쓰레기들은 한데 섞여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는 지난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 지속됐던 장마기간에 대청호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대청호에서 20년 넘게 쓰레기를 수거해왔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많은 양을 건진 건 처음”이라는 석호리 이장 방한석씨(71)는 “비라면 지긋지긋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방 이장과 주민들은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 환경개선과 관계자들과 함께 쓰레기 수거작업을 하고 있었다. 방 이장과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그물을 이용해 수면에 떠 있는 쓰레기를 부유물 작업장이 있는 대청호변으로 끌어오면 굴착기가 이를 퍼올려 15t짜리 덤프트럭에 담았다.

방 이장은 “태풍 ‘루사’나 ‘매미’ 때도 많은 쓰레기가 대청호로 밀려들어 고생이 심했지만 이번에는 수준이 다르다”면서 “얼추 다 수거했다 생각했는데 비가 계속 오니 쓰레기가 다시 떠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바람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에 따르면 7월10일부터 8월10일까지 충남 금산, 전북 무주, 충북 옥천·영동 등 대청호 상류지역에 717㎜의 비가 내렸다. 이 비로 인해 대청호에 3만3800㎥의 쓰레기가 유입됐다. 지난 5년 평균 대청호 쓰레기 유입량의 4배를 뛰어넘는 양이라고 수자원공사는 설명했다.

대청호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유입된 것은 18년 만이다. 2002년 태풍 ‘루사’ 때 대청호에는 3만3890㎥의 쓰레기가 밀려들었다. 당시 처리비용은 9억9000만원 정도였다. 정용문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 차장은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만큼 쓰레기도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처리비용은 25억원으로 예상되지만 더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부유물 작업장에서는 여전히 수거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번주 중으로 수거작업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차장은 “주민 등 2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거된 쓰레기를 분류해 나뭇가지 등은 퇴비나 화목연료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생활쓰레기는 재활용 또는 소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이 워낙 많아 이를 처리하는 데도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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