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초망원카메라로 남측 촬영한 판문점 북한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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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같은 시간 북측 판문각 발코니에서는 북한 병사들이 망원경과 카메라로 이 장관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기록했다.
이날 북한군이 판문각 발코니에서 촬영한 카메라는 총 두 대였다.
이 카메라를 두 손으로 든 것도 모자라 두 팔꿈치까지 난간 위에 얹어 고정하고 있는 북한 병사의 자세로 보아 당시 고배율 확대 기능을 활용해 남측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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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9월평양공동선언' 2주년(9월 19일)을 앞두고 판문점을 찾은 이 장관은 공동경비구역(JSA)과 남북 직통 연락장비 등을 살펴본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건너는 일정을 소화했다.
같은 시간 북측 판문각 발코니에서는 북한 병사들이 망원경과 카메라로 이 장관을 비롯한 남측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기록했다. 판문점을 경비하는 북한군이 남측에서 벌어진 특이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두 손으로 감싸듯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병사 주변에 다른 병사들이 모여 유심히 그 모습을 살피는 장면은 눈에 띄었다. 북한 병사는 어떤 기종의 카메라로 남측을 촬영하고 있었을까.
이날 북한군이 판문각 발코니에서 촬영한 카메라는 총 두 대였다. 그중 하나는 일본 후지사의 디지털카메라 '파인픽스 HS' 시리즈고 다른 하나는 캐논사의 '파워샷 SX410' 기종으로 관측됐다. 두 기종 모두 크기가 작아 행사 기념촬영 정도에 주로 쓰이는 일반 아마추어 카메라로 보일 수 있다.
연속촬영 속도 등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볼 때 두 기종은 아마추어 카메라가 맞지만, 모두 멀리 있는 피사체를 확대 촬영할 수 있는 특수한 기능을 갖췄다. 특히, 2015년 출시된 캐논 파워샷 SX410의 경우 초점거리 28㎜ 광각에서 960㎜ 초망원까지, 광학 40배 줌이 가능하다. 디지털 줌 기능을 활용하면 80배까지 확대 촬영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렌즈 자체가 망원경의 역할을 하면서 촬영하는 '광학 줌'이 화소를 재배열해 확대 효과를 내는 '디지털 줌'보다는 화질이 좋다.
이 카메라를 두 손으로 든 것도 모자라 두 팔꿈치까지 난간 위에 얹어 고정하고 있는 북한 병사의 자세로 보아 당시 고배율 확대 기능을 활용해 남측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확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카메라의 흔들림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흔들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캐논 파워샷 SX410은 저렴한 가격으로도 생태계나 천체 등 초망원 렌즈가 필요한 환경에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시 당시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전문가용 카메라에 비해 화질과 색감 표현이 크게 떨어지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능으로 인해 조기 단종되고 말았다. 현재 이 기종은 사진애호가들 사이에서마저 인기가 없어 국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1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또다른 북한군이 들고 있던 후지 파인픽스 HS 시리즈의 경우도 광학 30배 줌이 가능하지만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군은 과거 리코사의 콤팩트 카메라 등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 제품들 역시 고성능 기종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북한군은 왜 화질이 그리 좋지 않은 카메라로 남측을 기록하고 있을까. 국내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로부터 외면을 받은 기종들이지만 저렴한 데다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군에게는 안성맞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판문각과 남측의 거리는 적어도 50m 이상 떨어져 있어 인물을 인식할 정도가 되려면 일반 카메라로 촬영해 확대한 것보다는 고성능 확대 촬영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크기가 작고 가벼워 한 손으로 휴대하기 편하고 촬영도 간단해서 유사시 즉각 대응에 적합하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북한군에게 카메라는 화질이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 카메라는 상대방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가장 적절한 장비다. 이를 자각하게 함으로써 은연 중에 남측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돌발상황을 억제하려는 심리적인 목적도 카메라에 담겼을 수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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