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비대면 소비의 역습.."플라스틱 대란, 이미 시작"
[앵커]
아까 발품경제 이주찬 기자가 직접 보여드리기도 했지만, 음식이든 뭐든 배달시키는 게 일상이 된 요즘이지요. 편리한 만큼 플라스틱은 쌓입니다. 양은 많아지는데 재활용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은 줄고 수출도 막히면서 업계에선 플라스틱 대란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동이 트기도 전, 아파트 단지로 플라스틱을 수거하러 나섭니다.
재활용품을 40년 넘게 수거해왔는데, 요즘처럼 많긴 처음입니다.
[이용기/재활용수거업체 대표 : (하루) 수거하는 양이 30톤?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시켜 먹으니까 더 많이 나오죠.]
550세대가 거주하는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일주일마다 분리수거를 하는데, 가장 많은 건 단연 이 플라스틱들입니다.
여기 보면 음료 페트병도 놓여있고 배달을 시켜먹은 듯한 음식 용기들도 놓여있습니다.
양이 상당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 말도 못 해요. 이것도 지금 양이 적은 거예요. 죽을 지경이에요.]
늘어난 양에 수거업체의 일도 많아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합니다.
업체는 플라스틱을 수거해 선별장으로 넘기는데, 지난주부터 1kg당 30원씩 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용기/재활용수거업체 대표 : 한 차 실으면 한 6만원이에요. 인건비는 어디서 나오는 거냐고. 기름값 내면서 인건비 잔뜩 내고 돈 주고 가져다주는 거.]
일이 많을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용기/재활용수거업체 대표 : 새벽같이 나와서 일하고 돈도 마이너스. 지금이 제일 IMF 때도 이렇게는 안 했어요. 그저께 글쎄 2억 대출해 달라고 신청해 놓고 왔다니까요.]
그렇다고 안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아파트와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용기/재활용수거업체 대표 : 우리가 아파트에다 가구당 얼마씩 돈을 주고 싣는 거죠. 재활용업자가 실제로 안 싣고 가면 이거 다 쓰레기가 됩니다.]
말 그대로 돈을 주고 플라스틱을 사 와서, 다시 돈을 주고 갖다 놓는 셈입니다.
[이용기/재활용수거업체 대표 : 작년 가을에 구청에 얘기를 했어요. 플라스틱 대란 일어나니까 미리미리 하셔야 할 것 같다. (이제) 대란 일어나니까 예산 없어서 못 한다.]
이렇게 새벽 내내 모은 플라스틱을 선별장으로 가져가면 무게부터 잽니다.
[A재활용선별업체 직원 : 저희가 지금 9월 9일부터 이제 (비용을) 받아 가지고 아마 이달 말에 정산해서…]
[A재활용선별업체 대표 : (이렇게 돈을 받는 게 처음인 거예요?) 처음이에요.]
지금 빈 차의 무게를 재고 있습니다.
바닥에 대면 여기 무게가 표시되는 건데요.
들어오자마자 측정한 전체 무게에서 이 차 무게를 뺀만큼이 오늘 수거해온 양입니다.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재활용을 못 하는 것도 찾아냅니다.
[A재활용선별업체 대표 : 30%가 쓰레기니까 100톤 나온다고 하면 30톤이 쓰레기가 나가는 거예요.]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보통 60에서 70%만 재활용됩니다.
문제는 70%만 재활용되더라도 전체 양이 너무 많아 처치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수거양이 너무 많아 재생해 팔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는 겁니다.
여기 이런 페트병들은 선별업체로 들어와서 압축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여기 보면 방금 압축된 페트병들이 놓여있는데요.
압축품 하나당 700kg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점심까지 들어온 양만 25개가 넘습니다.
[A재활용선별업체 대표 : 음식점에서 2.5단계 전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어.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나 9시까지 (일해요.) 주말에는 6시까지. 그래야 물건이 없어요.]
선별된 플라스틱은 최종처리업체로 넘어가는데, 재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석유값이 떨어지면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새로 만드는 게 싸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수출도 막혔습니다.
[A재활용선별업체 대표 : 옛날에는 100% 재생해서 들어갔다고 하면 지금은 한 70%? 경기가 안 좋으니까 쓰는 업체들이 없는 거예요.]
[B재활용선별업체 직원 : 공장에서 저걸 안 가져가니까. 유가 같은 거 하락해 버렸잖아요. 저희들 이제 사업성이 떨어지니까. 인건비가 안 나오는 거죠.]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B재활용선별업체 직원 : 추석 때가 물량이 엄청나게 들어와요. 어마어마하게 들어와요. 그러니까 그걸 대비해서. 그래서 통제를 하는 거지. 우리도 한계가 있잖아요?]
환경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벌어진 '폐비닐 대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수거 거부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활용품 매입대금을) 깎아주는 정책을…]
이 컵 하나가 가정에서 배출돼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할 때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듭니다.
하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양을 신속히 재활용할 수 있는 대책은 부족한 상황, 우리 생활 속 플라스틱 대란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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