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되는 중국어 교육..이족 언어 '찬문'은 살아 남을까
전통 문화 사라질까 우려
[경향신문]
중국 6대 소수민족인 이족의 집단 거주지, 쓰촨성 량산에서 대규모 이주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전통문화 보존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족은 복식, 언어, 문자, 건축 양식에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주로 깊은 산속에서 생활해온 이들은 진흙으로 빚은 벽에 목재 기와를 얹은 전통 가옥에 거주했다. 강강술래와 비슷한 형태의 군무인 다티무를 비롯한 여러 전통춤을 계승해왔다. 여성 의복 종류만 100종을 넘을 정도로 다양한 전통 민족복장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에 따라 아파트 형태의 새 주거 단지로 이주하면서 이들의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당국은 새 주택에 이족 전통을 반영했다고 설명했지만 이족 전통문양이 외벽에 그려진 것 외에 뚜렷한 특징은 찾기 힘들다.
특히 문자와 언어 전승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족은 1000여년 전 만들어진 ‘찬문’이라고 부르는 독자 문자를 사용한다. 티베트어 계열의 이 문자는 세계 6대 고대문자로 꼽힌다.
이족 기성세대는 중국 표준어(보통화) 보급률이 절반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이족 언어 사용이 보편적이다. 량산 관공서, 상점 등 주요 간판은 이족 언어와 한자가 병기돼있다. 그러나 현 교육 상황은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9년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수민족이나 빈곤층 등에 대해서는 15년 의무교육제도를 두고 있다. 이족 아동들에 대해서도 유치원 3년 학비가 전액 지원된다. 유치원부터 보통화를 중심으로 배우고, 이족 언어는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씩 배운다.
최근 중국 당국은 ‘민족 통합 교육’을 내세우며 중국 표준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네이멍구(내몽골)에선 새 학기를 맞아 몽골어로 가르쳐온 주요 과목을 중국어로 수업하라는 정책이 발표됐다. 이에 반대하는 몽골인 학부모·교사·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여는 등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16일 소수민족협회(UNPO)는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까지 약 5000명의 몽골인 학생과 학부모 등이 불법 집회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랴오닝성, 지린성 등에 있는 조선족 초·중학교 일부도 신학기부터 한글이 빠진 ‘어문(語文)’을 국어 교재로 사용한다.
신장위구르나 티베트 자치구와 달리 별다른 분리주의 움직임이 없는 지역까지 중국어 통합 교육이 확대되는 추세다.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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