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꽃향기 훈련 받은 꿀벌, 해바라기만 찾아요

벌집서 해바라기향과 설탕물 같이 주면 해바라기씨 생산량도 60% 가까이 늘어

벌집에서 설탕물과 인공 해바라기 향기를 함께 주면 나중에 해바리기를 찾는 꿀벌들이 크게 늘었다. 꿀벌이 해바라기 향기를 학습한 것이다./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

꽃 향기로 꿀벌을 훈련 시켜 농작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꽃가루받이 곤충의 감소로 피해를 입은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아흐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대의 월터 파리나 교수 연구진은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벌집에서 꿀벌에게 설탕물과 함께 해바라기 향기를 동시에 줬더니 나중에 해바라기꽃을 찾는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꿀벌이 특정 작물의 꽃가루받이를 더 많이 하도록 훈련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앞서 연구에서 꿀벌들이 벌집 안에서 먹이를 나누면서 그 냄새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에 벌집 안에서 형성된 기억이 나중에 꿀벌이 방문할 식물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실험으로 확인했다.

◇해바라기밭 가리키는 꿀벌 춤도 급증

먼저 파리나 교수 연구진은 먼저 해바라기 향기 속의 몇 가지 분자를 인공 합성했다. 다음에는 벌집에 있는 꿀벌에게 설탕물을 먹이로 주면서 해바라기 향기를 내는 물질도 같이 줬다.

해바라기 향기를 훈련 받은 꿀벌들은 벌집을 나와 1시간 안에 8자 모양으로 비행하면서 동료에게 해바라기 밭을 가리키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꿀벌의 8자 춤 가운데 84%가 해바라기 밭을 가리켰다. 반면 벌집 안에서 해바라기 향기 없이 설탕물을 주면 5시간 안에 어느 꿀벌도 해바라기 밭을 가리키는 춤을 추지 않았다.

연구진은 벌집 입구에 생체에 무해한 유색(有色) 분말을 뿌려 놓았다. 이렇게 벌집을 드나드는 꿀벌을 색으로 표시했더니, 해바라기 향기를 학습한 꿀벌들은 나중에 해바라기를 더 자주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해바라기 향기를 훈련한 꿀벌들이 벌집으로 가져오는 해바라기 꽃가루도 더 많았다. 그만큼 꽃가루받이가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벌집에서 해바라기 향기가 나는 설탕물을 먹은 꿀벌들은 설탕물을 주지 않거나 향기 없는 설탕물을 준 꿀벌 군집보다 헥타르당 해바라기씨 무게를 29~57% 늘렸다고 밝혔다.

파리나 교수는 “군집 안에서 꿀벌에게 특정 꽃 향기를 보상과 연관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가장 놀라운 점은 특정 농작물에 대한 선호 행동이 오랫동안 강하게 유지되며 이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도 증가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바라기에 몰려든 꿀벌들. 벌집에서 설탕물과 인공 해바라기 향기를 함께 주면 나중에 해바라기를 찾는 꿀벌들이 크게 늘었다. 꿀벌이 해바라기 향기를 학습한 것이다./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대

◇농작물 꽃가루받이 늘려 생산량 증대

해바라기를 비롯해 많은 농작물이 꽃가루받이를 곤충에 의존한다. 과수 농가는 꽃피는 철이 되면 벌통들을 트럭으로 실어와 꽃가루받이를 유도한다. 이후 벌통을 다른 데로 옮겨도 새로운 농작물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꿀벌이 새로운 꽃 향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실험은 인위적으로 특정 농작물의 꽃 향기를 빠르게 습득 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아몬드. 배, 사과 등 꽃가루받이를 곤충에 의존하는 다른 농작물들도 같은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다양한 농작물의 꽃 향기를 인공 합성해 필요에 따라 특정 농작물의 꽃가루받이 효율과 생산량을 개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