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확증편향' 민주당, 反정치의 역설

2020. 9. 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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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칼럼] 진영정치는 위험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 의혹과 관련하여 추 장관을 비호하는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무비판적이며 확증편향의 정치가 초래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진영에 포획된 정치, 시민의 일반의지보다 강성 지지층에 인질로 잡힌 반정치의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추 장관 아들 특혜)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추 장관 보좌관의 휴가 연장 청탁 의혹을 두고 "우리가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의원은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21대 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세 배 가까이 많음) 양향자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드는 총장이기 때문에 수사를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검찰개혁을 흔들어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휴가 중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전화나 메일, 카톡 등을 통해서 신청기 가능하다"고 했다.

급기야 홍영표 의원은 제1야당을 쿠데타 세력에 비유하고,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열사에 빗대어 표현했다. 이밖에 민주당 의원들의 도를 넘은 발언은 수도 없이 많다. 과연 집권여당이 정당으로서의 위상과 이 사건의 함의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이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학자인 샤츠슈나이더에 의하면 정당은 "민주주의의 창출자"이자 "민주주의를 작동케 할 수 있는" 중심 메커니즘이다.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정당이 사회적 균열을 반영하고 갈등을 수렴하여 조직화함으로써 정책으로 산출하려면 정당 내부의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정책 수립에서의 편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정책이 아닌 정치적 쟁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견지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사회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맹목적 지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득했고 결국은 민심의 심판에 직면한다는 소중한 체험을 공유하고 있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기존의 사실들을 무시한다고 해서 그것들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애써 팩트를 덮으려고 시도하는 비유와 강변은 집단지성을 호도하는데 한계가 있다. 확증편향에 의한 인식이 강고하다면 보편과 상식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자발적 동의와 지지에 입각한 헤게모니 획득에 실패하게 된다. 이는 민의와 유리된 정치를 결과한다.

추 장관 아들 휴가와 자대 배치, 통역병 청탁 의혹 등은 검찰수사로 윤곽이 밝혀질 것이지만, 이 역시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지 알 수 없다. 추 장관 아들 관련 사안이 부각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특히 민주당 지지의 핵심 계층인 2030과 학생, 주부 등에서 더욱 지지율이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단일 스크럼으로 대응하는 집권당의 행태는 촛불민심을 배경으로 집권한 세력의 모습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사실을 부풀리고 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으로서 정치공세를 과하게 하느냐의 여부는 이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무엇이 진실인가가 이 사건의 본질이다.

추 장관 아들 휴가 의혹 사건이 제2 조국 사태로 비화하고 이보다 더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집권당과 청와대 등 권력핵심들의 인식과 대처 방식에 달렸다. 행정, 입법, 지방권력을 손에 쥔 사실상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권한을 행사하고 정치적 자원과 수단을 행사하는 데에 정당성을 담보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공정 이슈 못지않게 권력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영에 매몰된 정치는 진영을 떠받쳤던 강성 지지층의 이반을 초래한다. 정치의 역설이다. 합리와 정의를 상실한 맹목적 지지자들이 정치권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이는 박근혜 탄핵 때 실증적·역사적으로 입증됐다. 기억망실이 아니라면 왜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진실이 어떤 양태로 밝혀지든 지금의 집권당의 태도는 정의로워 보이지 않는다. 진부하고 식상한 어구이지만,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라는 어휘를 소환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ccr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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