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병장은 우리아들' 내건 국민의당, 본인 철거 요청에 하루만에 문구 내려.."정쟁에 이용 말아달라"

조문희 기자 2020. 9. 18. 1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백드롭(뒷배경)을 ‘현병장(당직병사)은 우리의 아들’이라는 문구로 교체했다. 김영민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27)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과 관련 핵심 증인으로 알려진 ‘당직병사’ 현모씨가 국민의당이 내건 자신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백드롭 철거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이 같은 요구 받고 하루만에 현수막을 철거했다.

현씨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어제(17일) 국민의당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지만 즉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씨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27)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에 대한 정치권·언론의 질문에 답한 인물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17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 백드롭에 ‘현 병장은 우리의 아들이다’라는 메시지와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국군 장병의 실루엣을 담았다. 당일 이 백드롭 앞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집권 정치세력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공익제보에 나선 20대 청년이 있다”며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자기 자리에서 헌신하고 있는 제2, 제3의 수많은 현 병장들이 있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잘 지켜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의사와 달리 현씨는 국민의당의 조치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통화에서 그는 “수사기관과 정치권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그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되는데, 정쟁에 나를 자꾸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 휴가 미복귀를 추 장관 측이 무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은 군생활 중 경험한 사실을 언론과 정치권이 물어 답했을 뿐, 정치세력 간 다툼에 끼어들 의도는 없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정치적 목적을 갖고 계획적으로 제보한 것처럼 취급당하고 있다”며 심적 괴로움을 토로한 바 있다.

현씨 요구 하루 뒤인 이날 오전 국민의당은 백드롭을 철거했다. 국민의당 측은 “현씨 대신 전화를 걸어온 분의 신원을 먼저 확인해야 했고, 철거를 위해서도 당내 결정 절차를 거쳐야 해서 시간이 소요됐다. 오늘 오전 일찍 치웠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정치적으로 현씨를 이용할 의사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권으로부터 공익제보자가 아니라는 취급을 당하는 데 대해 안쓰럽고 응원하려는 마음이 컸다”면서 “본인이 불편하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바로 치웠다”고 밝혔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