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코로나19 폭증하는 유럽..WHO "매우 심각한 상황"

이호을 2020. 9. 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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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7일 체코 프라하의 기차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1차 유행은 단지 예고편이었다? 유럽에서 코로나19의 2차 유행은 지난 봄 1차 유행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고 있습니다. 유럽의 코로나19 대유행 국가들에서 현지시간 17일 동시에 비명이 터져나왔습니다.

월드오미터 집계를 보면, 이날 스페인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1만 1,291명입니다. 앞서 1차 유행 시기였던 3월 20일 기록했던 하루 최다 신규 확진자 1만 858명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신규 확진자의 3분의 1이 나온 수도 마드리드의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 주지사는 "마드리드에 사는 이민자들의 생활 습관과 이들의 과도한 인구 밀집 때문"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듯한 위험한 발언까지 내놓았습니다.


프랑스도 이날 신규 확진자 1만 593명을 보고했습니다. 지난 3월 당시 기록했던 하루 최다확진 기록 7,578명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하루 1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는 지난 12일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프랑스에선 전국적으로 집단 감염지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중환자실 치료 환자 인원이 지난 일주일 간 25%나 급증했다는 점이라고 미국 CNN은 전했습니다.


체코는 더 심각합니다. 지난 3월 377명으로 최고치였던 하루 최다 확진자가 지난 16일 2,136명으로 급증하더니 17일에는 불과 하루만에 천 명 가까이 늘어나 3,123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체코에서 코로나19 감염자는 말그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역시 가파른 기울기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의 최다 확진 기록 1,335명을 뛰어넘어 17일에는 1,753명까지 치솟았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최다 확진기록을 경신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바이러스 확산 추세는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국장은 유럽의 주간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섰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클루게 국장은 유럽의 확진자 증가세가 광범위한 진단 검사에 기인한다면서도 놀라운 전파 속도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국장


그는 유럽의 7개국에서 지난 2주일 간 신규 확진자 수가 2배 규모로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9월 첫주에 50~79세 고령층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는 여전히 25~49세 연령층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데도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철저한 방역과는 상반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 접촉자의 격리기간을 14일에서 7일로 단축시켰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격리기간이 10일에 그치고, 포르투갈과 크로아티아도 격리기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격리기간 14일은 모든 국가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선임 비상 담당관은 "WHO의 14일 자가격리 권고는 바이러스의 잠복기와 전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과학 지식의 변화에 근거해서만 이 기준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스 클루게 국장 역시 "긴 격리기간이 개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잘 알지만 유럽 각국은 규정돼 있는 과학적인 절차를 따라 달라"라고 요청했습니다. 2주간의 자가격리에 따른 불편함과 각종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14일의 자가격리 기간을 각국 정부가 임의적으로 단축하지 말라는 호소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면서도 경제적인 충격을 우려해 지난 3~4월의 전면적인 봉쇄 정책을 재도입하는 것을 극구 꺼려하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 조금씩 변화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은 이번주부터 잉글랜드에서 나이와 실내외 여부를 불문하고 6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전면 금지했고, 인구 150만 명이 거주하는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에선 밤 10시 이후 식당과 술집 등의 영업을 금지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잉글랜드 전역에서 식당과 술집 등 서비스업의 영업을 몇 주간 전면 중단하는 이른바 '회로 차단' 정책 시행을 고려하고 있고 이르면 다음주 이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영국 BBC가 보도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6명 이상 모임 금지’ 시행일 하루 전인 13일 시민들이 술집 야외 공간에 모여 앉아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는 현지시간 18일 정부 차원의 새로운 코로나19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주정부도 새 봉쇄정책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하루하루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가을과 겨울, 어려운 시기를 눈앞에 마주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방역 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다시금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클루게 WHO 국장은 1차 유행 당시 유럽 전역에서 시행됐던 강력한 봉쇄정책의 유용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난 봄과 이른 여름, 엄격한 봉쇄정책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노력과 우리의 희생이 힘을 발휘했다"며 지난 6월 확진자 수가 발병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앞서 클루게 국장은 유럽 국가들은 오는 10월과 11월 코로나19 사망자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번 맞서 싸웠었고, 다시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클루게 국장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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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을 기자 (he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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