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 조지 프리드먼의 혜안..트럼프가 있건 없건 미국은 무너지고 재건된다

김유태 2020. 9. 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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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 / 조지 프리드먼 지음 /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1만6000원
미국 국가 휘장은 용맹스러운 독수리다. 대문장(大紋章)으로도 불리는 국장에는 '흰머리수리'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다.

국장을 만들던 1780년 무렵, 벤저민 프랭클린은 흰머리수리 기입을 내심 못마땅해했다고 한다. "흰머리수리는 도덕적인 품성이 형편없다. 강변의 나무에 앉아 직접 물고기를 잡지 않고 열심히 물고기를 잡는 매를 눈여겨보다 매가 둥지를 향해 날아가면 뒤를 쫓아가 물고기를 빼앗는다." 프랭클린이 딸에게 띄운 편지에 적힌 문구라 한다.

상징과 은유가 후일 풍경을 예언했을 가능성은 작겠지만, 현대 미국은 세계의 고목 위에 앉아 세계를 관조하다 사건에 개입하는 제국으로 자리해 왔다. 그런 미국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를 앞두고 분열에 직면했다. 격동의 세월, 미국은 그리고 세계는 어쩌다 이토록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렀을까.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국제정세 분석가 조지 프리드먼이 트럼프 재선을 앞두고 미국의 '폭풍'을 예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21세기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가 되는데 이건 트럼프 재선 향배와 무관한 일이다. 왜일까.

미국은 '발명된' 나라다. 정부도, 영토도, 국민도 발명(invent)됐다.

건국의 아버지, 제헌의회는 정부라는 통치체계를 발명했다. 방대한 영토도 발명의 결과였다. 대서양 귀퉁이에서 시작한 그들은 땅을 '개척'하며 기회를 제공받았다. 이민도 국민을 발명시켰다. 미국인은 역사, 문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문제는 '발명된' 미국은 스스로를 제약하고 누구도 자신을 지배하지 못할 나라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모순이 쌓이면 격렬하게 싸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국은 부서진 뒤 재창조해 출발했다. 저자는 이를 하나의 주기(cycle)로 지칭하는데, 다시 제도적 주기와 사회경제적 주기로 갈린다.

먼저 제도적 주기부터. 첫 번째 주기는 독립전쟁, 두 번째 주기는 남북전쟁, 세 번째 주기는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다. 1991년 냉전 종식 후 30년, 현대의 미국은 셋째 주기가 끝나는 시점에 와 있다. 다음은 사회경제적 주기. 하품 나오는 앞선 4개의 주기는 건너뛰기로 하고, 지금은 다섯 번째 주기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출현이 시작이었다. 미국은 고세율과 자본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레이건은 세율을 낮춰 투자를 증대했다. 그 후 40년, 무슨 일이 벌어졌나. 과도한 부가 집중됐고, 전문가 계층 부상과 산업근로자 계층 몰락이 가속화했다. 자, 40년쯤 지나 트럼프가 출현했다.

트럼프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반대 세력은 트럼프의 무능과 부패를 질타하고, 지지자들은 엘리트 계층이 트럼프를 파멸시키려 한다고 믿는다. 선거로 돌아가보자. 트럼프는 전문가층이 지배하는 해안지역에서 연패했고, 쇠락하는 산업 중심지에서 연승했다. 2020년 미국은 기술관료 계층과 '러스트 벨트'로 상징되는 백인 노동계층 사이에서 벌어지는 팽팽한 힘의 줄다리기 상태다.

다시 '주기'로 돌아가서, 2020년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두 주기가 합쳐지는 새 시대다. 저자는 지금 모두의 관심이 11월에 치를 대선에 쏠려 있지만 어느 쪽이 승리하든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리란 예측을 내비친다.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산업근로자 계층이 주도하는 연합세력이 형성된다. 이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 새 여섯 번째 사회경제적 주기가 열리리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비유하자면 11월 트럼프 재선은 나무일 뿐이다. 2020년대는 세계사라는 숲의 기후를 뒤바꾸는 10년이다.

한국에 관한 진단도 번역서에 덧붙여졌다. 미국은 제국이다. 제국은 전장을 휘젓지 않고 라이벌을 경쟁하게 만든다. 이로써 유리한 세력 균형을 조성한다. '균형 실험' 최전선이 바로 한국에, 그리고 동아시아에 있다. 미국은 태평양을 지배해 세계를 지배했지만 태평양을 제거하면 미국 옆나라는 일본이고, 한국이고, 무엇보다 중국이다. 따라서 한국이라는 존재는 미국 이익에 기여하지만 두 나라 사이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그렇다고 방위비 분담금 같은 불필요한 긴장을 발생시키는 트럼프의 계산도 현명하지 못하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중국과의 제2냉전과 세계의 신고립주의가 예언되는 시대에, 분열을 새롭게 읽어내는 저자 진단은 10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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