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모글루 美 MIT 교수 "코로나19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강영운 2020. 9.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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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큰 정부' 필연적
시민사회도 같이 커져 견제를

◆ 제21회 세계지식포럼 / 애쓰모글루 美 MIT 교수 ◆

"팬데믹 이후 국가는 필연적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가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 '격동의 세계 속 위기와 기회' 세션에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민주주의가 점점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이를 충분히 견제하지 않는다면 국가는 '전제적 리바이어던'에 빠질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맞서 민간의 힘으로 관리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006년 이후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에 등을 돌리고 있다"며 "점점 많은 국가가 독재 성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민주주의 근간을 갉아먹는 요소로는 불평등을 꼽았다. 그는 산업 자동화 이후 근로자 간 소득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 안정성이 더욱 불안해졌다고 진단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40년간 근로자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1987년부터 정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로봇 도입으로 노동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고,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 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행 세금 제도도 자동화 경향을 부채질했다. 세계화로 조세 회피 수단이 많아졌고, 자동화 시설에 대한 실질 세금도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과거에는 생산 설비나 장비의 실질 세율이 15%에 달했지만, 2000년도 들어서는 5%로 대폭 줄어든 추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물론 자동화가 절대 악(惡)인 것만은 아니다. 고령화사회에서는 생산성을 높여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자동화를 잘 활용한 국가로 독일·일본·한국을 꼽았다. 그는 "고령화에도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이 양호한 이유는 자동화가 생산성에 기여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동화로 고용의 감소 속도가 생산성 확대를 넘어설 경우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쓰모글루 교수가 경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소득 불평등이 결국 정치적 리스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독재 리더십으로 경제성장을 일군 독재 국가인 중국·러시아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 속에 암약하고, 미국·영국 등 국민은 정부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실패했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점점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서히 진행되는 민주주의 종말 속에서 애쓰모글루 교수는 미증유의 위기를 해결할 열쇠로 역설적이게도 '큰 정부 큰 시민사회'를 꼽았다. 현재의 소득 불균형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확산하는 자동화를 막을 큰 정부가 필요하고, 또 정부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막기 위해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를 '복지국가 3.0'으로 명명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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