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정원에 日 장수 동상을?" 시민반발에 순천시, 계획 전면 취소

이유지 2020. 9. 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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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가 정유재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룡면 순천왜성 인근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평화정원에 3개국 장군 동상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18일 전면 취소했다.

이 3개국 장군 동상에 정유재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정원에 건립할 정유재란 참전 한·중·일 3국 장군의 동상 중 적장이었던 고니시 장군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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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 포함
온라인서 "적장 동상 세우는 나라가 어디있나" 뭇매
순천시 "평화분위기 고려해 계획했던 것..이미 취소"
순천시 한·중·일 평화정원 판석 분양 포스터

전남 순천시가 정유재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룡면 순천왜성 인근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평화정원에 3개국 장군 동상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18일 전면 취소했다. 이 3개국 장군 동상에 정유재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 장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지난 7월 정유재란 말 축성된 순천왜성 인근에 8만㎡ 규모의 한·중·일 평화정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까지로 예정된 이 사업에는 정유재란 관련 교육관·체험관·둘레길 등을 포함해 총 3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 정원에 건립할 정유재란 참전 한·중·일 3국 장군의 동상 중 적장이었던 고니시 장군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고니시 장군은 사위인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宗 義智)와 함께 1592년 병력 1만 8,000명을 이끌고 부산을 침공, 일본군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평양성까지 함락시킨 인물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순천시청은 조선침략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 동상을 세금으로 만들지 말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청원인은 "조선땅을 불태우고 강물을 핏물로 만든 왜국 장수"라며 "공원 이름도 '평화'가 붙었는데 이곳에 임진왜란 '전범' 동상을 세운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구상했다는 것 자체가 생각이 있는 것이냐"(싱****), "전세계 어느 국가에서 자기 민족을 학살한 장군 동상을 세우나"(찐****), "순천시민으로서 찾아가서 꼭 면담을 해야겠다"(무****)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순천시청에 직접 전화해 항의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순천시 "친한파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방한 시 기획됐던 것"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시의 초기 계획안에 조선 이순신·권율 장군, 명나라 진린(陳璘)·등자룡(鄧子龍) 장군에 더해 일본 대표 장수로 고니시 장군이 포함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대표적 친한파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 등이 참석한 순천평화포럼을 치른 시기부터 고려된 것이다. 순천시 측은 "당시 화해 분위기를 담아 아픈 역사를 딛고 이제 평화의 길을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기획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추후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돼 고니시 장군의 동상은 사업 계획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재논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전문가 의견을 듣고 이번주 초부터는 시민 여론을 수렴하려 설문조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문지에 거론된 10여명의 장수 중에도 고니시 장군이 포함돼 있는 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되면서 더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순천시는 3국 장군 동상을 세우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희생된 민초와 이름 없는 참전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물 및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판석만을 설치할 예정이다. 앞서 3국 장군 동상 건립 계획의 계기가 된, 중국에서 기증한 정유재란 참전 장군 동상의 쓰임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순천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전문가 의견과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중에 있었던 하나의 안이었을 뿐 확정됐던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이를 기획했을 당시와 사회적 상황 및 국민 정서가 변화한 것을 고려했다"며 "소통의 부재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고민하고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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