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 "장학금 준다고 누가 시골가서 의사하겠어요"

양승주 기자 2020. 9. 1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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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장학생 올해 4명만 지원.. 2년째 미달 사태, 복지부 추가 모집

보건복지부가 전국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공중보건장학생을 지난 15부터 오는 29일까지 추가 선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선발 당시 정원 14명 중 4명만 선정돼 미달됐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기존 의대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는 조건으로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일하게 하는 제도인데, 작년에 23년 만에 재도입된 이후 2년 연속 미달 사태가 나왔다. 의대생들은 “등록금 없으면 대출받으면 되고, 생활비 모자라면 과외하면 되는데 누가 장학금 받자고 시골 가서 일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 제도는 장학금을 주고 의무적으로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게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정책과 비슷하다.

◇14명 정원에 4명밖에 선발 못 해

공중보건장학생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1인당 등록금 1200만원, 생활비 840만원 등 연간 2040만원씩 장학금과 생활비를 받고, 졸업 후 장학금을 받은 기간만큼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게 된다. 의무 근무 기간은 최소 2년, 최대 5년이며, 의무 복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공중보건장학제도는 1977년 처음 도입됐다가 지원자 수 감소로 1996년 폐지됐는데, 의사가 부족한 지역이 늘면서 지난해 23년 만에 재도입됐다.

당시 복지부는 한 해 20명 선발을 목표로 예산 2억4600만원을 배정해 학생 선발에 나섰다. 하지만 2월 첫 모집부터 지원이 저조해 접수 기간을 늘렸고, 6월에 한 차례 더 모집에 나섰지만 정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8명이 선발되는 데 그쳤다. 복지부는 “설명회나 온라인 등을 통해 홍보하였으나, 시범 사업 첫해라 학생들의 인지도가 낮고 의무 복무 기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집행 실적이 부진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정원을 14명으로 줄였지만, 지난 6월까지 4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고 결국 추가 선발에 나서게 됐다.

◇매년 미달 사태에도 계속 선발

거듭되는 미달 사태에 대해 의대생들은 “공중보건장학제도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재학생은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되고, 의대생은 과외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며 “장학금 때문에 몇 년간 지방에 묶이느니, 졸업 후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가 돼서 취업하거나 개업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공중보건장학제도가 난항을 겪으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의대 역시 ‘지역 공공의료 수준 제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공의대는 정부와 여당이 2023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 중이었는데, 의료계 반발로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에 따르면, 공공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 등을 전액 국고로 지원받고 졸업 후 10년간 의료 취약지와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하게 된다.

복지부는 "기존 의대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와 대학원부터 별도의 학생을 선발하는 공공의대는 다른 제도로 단순 비교가 어렵다”며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공중보건장학제도든 공공의대든 예산 투입을 통해 졸속으로 배출된 한정된 인원으로 지역 공공의료를 해결한다는 발상 자체가 한계가 있다”며 “기존 의과대학에 관련 교육과정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등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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