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등산, 캠퍼스 음주 파티..코로나 무색한 '풍선효과'
20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는 학생들 대신 등산복을 차려입은 중년이 몰렸다. 캠퍼스 안에 관악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 입구가 있어서다. 서울대 정문에는 ‘출입통행 제한. 등산 시 관악산 공원 입구를 이용하길 바란다’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지만, 캠퍼스 내 버스 정류장과 벤치에선 등산객 무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대 대학원생 A씨(29)는 “어쩔 수 없이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공부해야 하는데, 등산객이 많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떠드는 등산객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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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나선 5060
가을철을 맞아 등산, 야외 취식 등 야외활동 인구가 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는 등산객 등 외부인 출입으로 인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주 일요일 정문으로 들어가는 버스 진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등산객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후문과 보도를 통해 캠퍼스 내 관악산으로 진입하는 가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고교 동창 세 명과 관악산을 찾은 최모(56)씨는 “등산은 야외활동이다 보니 실내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낮아 보인다”며 “마스크를 잘 착용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산행이 방역수칙에 어긋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인근 주민과 마찰이 빚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시립대 캠퍼스에선 배봉산을 다녀온 등산객이 교내 잔디밭에서 술을 마셔 교내 민원이 발생했다. 지난달 30일 북한산에선 일부 등산객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계곡에 들어가고 식당에 사람이 몰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수도권 산악모임 카페 소속 회원 사이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산악모임 관련 확진자는 현재까지 총 4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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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학교 잔디밭, 30대 포장마차로
산을 찾는 중년과 달리 젊은 층은 캠퍼스 잔디밭이나 포장마차로 몰리고 있다. 한강 공원과 식당 등의 방역수칙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고려대 안암 캠퍼스에선 최근 학생들이 중앙광장 잔디밭에서 술을 마셔 물의를 빚었다. 대학 측은 24시간 내내 교내 취식 행위 등을 모니터링하는 등 캠퍼스 폴리스 순찰을 강화했다. 숭실대도 비슷한 일을 단속하기 위한 ‘야간순찰대’를 꾸렸다. 서울대는 평소 학생들이 몰리는 잔디밭인 ‘버들골’에 출입을 막는 안내선을 설치했다.
포장마차 발(發) 집단 감염도 우려된다. 중대본은 지난 19일 “‘(포장마차) 비좁은 공간에서 거리 두기 없이 손님들이 밀집해 취식하고 현금 결제를 해 확진자 발생 시 방문자 파악도 어려울 것 같아 우려된다’는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쯤, 용산구 삼각지역 일대 술집 야외 테라스에서 거리 두기를 하지 않은 채 술을 마시는 30~40대가 다수 목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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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도 거리 두기 필요…뒤풀이 자제”
전문가들은 야외에서도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산을 많이 찾는데, 야외라고 하더라도 코로나 19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방역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을 오르다 보면 숨이 가빠져 마스크를 내릴 확률이 높다. 줄지어 산행하는 건 최대한 자제하고 등산객들끼리도 거리 두기를 하고,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찾아가는 걸 추천한다”며 “현재까지 보고된 코로나 19 집단감염 사례만 봐도 대부분 취식행위를 통해 이뤄진 경우가 많은 만큼, 야외 취식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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