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일본 전범기업들의 반격, 그 뒤엔 김앤장

홍신영 2020. 9. 2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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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원 ▶

그러니까 김주묵 씨 해고 소송이 진행되던 그 시점에 전범기업들과 김앤장이 대법원 판결 때문에 발칵 뒤집혀 대책을 논의했을 걸로 보이네요.

◀ 허일후 ▶

아니 그런데 김앤장이 일본 전범기업들의 법률 대리를 상당히 많이 맡았잖아요? 몇 개나 맡았습니까?

◀ 홍신영 ▶

가장 먼저 배상판결이 난 일본제철과 미쯔비시중공업, 그리고 지금 보신 다이셀도 다 김앤장이 맡았습니다.

2018년까지 모두 15개의 소송이 진행됐는데, 이 중 10개를 김앤장이 맡았습니다.

◀ 조승원 ▶

15개 가운데 10개. 아무리 전범기업이어도 변호사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로펌을 대표한다는 김앤장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거의 도맡아 대리하는 건 좀 그렇네요.

◀ 홍신영 ▶

김앤장이 대리하는 전범기업 재판들의 공통적 특징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재판 지연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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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태평양 전쟁 말기, 13살에서 15살 소녀 300명을 일본으로 끌고 가, 항공기 공장에서 일을 시켰습니다.

임금은 한 푼도 주지 않았습니다.

한국 법원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송달, 즉 소장을 보내는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송달은 법적으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입니다.

송달이 돼야 재판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보낸 소장이 10개월만에 반송됐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소장 번역문 한 페이지가 누락됐다는 이유로 소장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할머니들의 변호인, 그리고 재판부가 갖고 있는 소장에는 빠진 페이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로 보낼 때부터 한 페이지가 누락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소장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또 6개월만에 반송됐습니다.

한글본에는 할머니들의 주소가 시, 구, 동, 번지까지 다 적혀있는데, 일본어 번역본에는 '이하 상세한 주소는 개인정보이므로 생략한다'고 쓴 걸 문제 삼았습니다.

원본과 번역본이 다르다고 트집을 잡은 겁니다.

황당했지만, 할머니들과 변호인은 자세한 주소까지 번역해 또 소장을 보냈습니다.

세번째 반송 10개월만에 소장이 또 반송됐습니다.

이번에도 일본어 번역본에 누락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누락됐다는 건 단 한 문장, "주차 시설이 협소하오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번역본에 이 문구가 빠졌다고 반송한 겁니다.

소장이 세 번 반송되는 사이 재판은 시작도 못하고 3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 4분 중 3분의 건강이 악화돼 요양원에 입원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소송 전략을 맡은 건 바로 김앤장이었습니다.

[이국언/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대표] "이제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법적인 맹점이랄지, 법의 어떤 악용할 수 있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본격적인 다툼마저도 최대한 뒤로 밀쳐 보려고 하는, 아주 고의적이고 아주 지능적인 행위라고 밖에, 아주 비열한 행위라고 밖에 저희는 생각할 수 밖에 없죠."

이런 재판지연 전략은 김앤장이 맡은 소송에서 단골로 등장했습니다.

[김정희 변호사] "최대한 송달을 끌고, 받지 않고, 받더라도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사소한 잘못이랄지 흠을 트집 잡아서 반송시키고 이러거든요. 그리고 그런 절차가 계속되서 더이상 법원이 송달이 불가능하니 변론기일을 지정하겠다고 해서 변론 기일을 지정하면, 지정하기 바로 며칠 전에 이제 소송대리임 위임장을 쓱 집어 놓고, 소송에 참여하는 것이죠."

생존한 강제동원 피해자 대부분은 아흔 살 안팎입니다.

그래서 이런 재판지연 전략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김정희/변호사] "처음에는 걸어서 법정에 오시던 분들이 나이가 드시면서 90이 다 되고 이러시면 휠체어를 타지고 법정에 오시고. 또 어느 원고들은 그동안 작고하시기도 하고. 전범기업 혹은 전범기업 측을 돕는 사람들이 노리는 것이 혹시 원고들이 사망하기를, 재판을 미뤄서 사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그런 울분도 있었죠."

실제로 배상과 사죄를 기다리던 많은 피해자들이 그 사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05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11명의 피해자들. 2020년 현재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습니다.

스트레이트는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년에 한 번 지급하는 의료지원금 현황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2011년 1만7천 명이 넘던 생존 피해자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에는 3,140명입니다.

해마다 1천 명 넘게 세상을 떠난 겁니다.

[양금덕/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이제나 이제나 좋은 소식이나 없는지 눈알 빠져 죽겠어. 참말로. 마음이 그냥. 어디 조금 아프면. 사죄나 한 마디도 못 듣고 죽을 일을 생각하면 기가 막혀 죽겠어요. 정말로. 분통 터져 죽겠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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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방송은 유튜브 스트레이트 채널, WAVVE, iMBC.com 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5915800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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