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풀어준 살인 협박범, 석방 2시간만에 2명 살해

조철오 기자 2020. 9. 2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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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고스톱 치다 홧김에 범행

이웃 주민들과 고스톱을 치다 홧김에 70대 여성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이 경찰에게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이 남성은 범행 직전 경찰에 “흉기로 이들을 찌르겠다”고 신고해 협박범으로 체포됐으나, 경찰은 협박 외에 별다른 행동을 벌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석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남성은 경찰에서 풀려난 지 2시간 만에 2명을 살해했다. 경찰이 2차 범행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 살인 사건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여성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같은 아파트 주민 A(69)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B(76·여)씨와 C(73·여)씨는 B씨의 집에서 이날 오전 7시50분쯤 시신으로 발견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지난 19일 오후 8시 50분쯤 아파트 7층 B씨의 집에서 6명과 어울려 고스톱을 치다 “여기 불법 도박이 벌어지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경찰이 오후 9시쯤 B씨 집에 출동했다. 경찰은 “출동 당시 ‘지인끼리 재미 삼아 치는 고스톱’이라는 진술 외에 불법 도박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6명의 신원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아파트 1층으로 내려왔을 때쯤 A씨가 “칼로 여기 사람들을 찌르겠다”고 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다시 7층 집으로 올라가 A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A씨를 경찰서로 데려와 조사했으나 “말로 협박한 것 이외 상해나 살인미수 등 실질적 행동을 벌이지 않은 데다 주거지가 확실해 석방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11시쯤 풀려난 A씨는 2시간 후인 20일 오전 1시쯤 B씨 집을 찾아가 함께 있던 C씨까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B씨와 아침 운동을 함께하던 지인이 B씨가 나타나지 않자 집에 찾아갔다가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평소 어울려 자주 고스톱을 치던 동네 주민들”이라며 “A씨가 고스톱에서 돈을 많이 잃고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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