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주변 땅값의 절반에 팔린 용인 '정찬민 랜드'

공성윤 기자 2020. 9. 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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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명의 한옥카페 인접 토지, 정 의원·친형이 소유
보유자산 없는 딸이 해당 건물·땅 취득?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딸 이름으로 산 건물의 실거래가가 신고가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만약 사실일 경우 증여세법, 공직자윤리법,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에 저촉된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의원직 상실까지 갈 수 있다.

8월28일 공개된 21대 국회 신규 의원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정 의원은 자신과 직계가족이 보유한 부동산 3곳을 신고했다. 자신 명의로 된 '토지(임야)' 2곳과 장녀 명의의 '건물(근린생활시설)' 1채다. 위치는 모두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이다. 정 의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용인시장을 지냈다.

장녀 명의의 건물은 지난해 9월 한 개인으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정 의원이 신고한 해당 건물의 가액은 6억원이다. 건물가액의 법정 기준은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에 의해 지방세 과세표준액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을 합한 금액이다. 단 실거래가가 이보다 더 높으면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장녀 건물의 과세표준액은 5161만원, 토지가액은 4억9896만원이다. 둘을 더하면 5억5057만원으로 정 의원의 신고가가 약 5000만원 비싸다. 즉 정 의원은 실거래가를 신고한 것이다.

9월1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에 위치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장녀 명의의 한옥 카페 주변 ⓒ시사저널 임준선

인근 부동산업자들이 말한 '진짜 실거래가'는 13억원

그렇다면 제대로 신고한 것일까. 시사저널 취재 결과, 진짜 실거래가는 신고한 6억원보다 훨씬 비쌌다. 장녀 건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보라동의 한 공터는 현재 매매가가 7억3000만원이다. 면적이 105평(347㎡)으로 3.3㎡당 695만원이다. 장녀가 소유한 건물의 면적은 주변 토지를 포함해 186평(614㎡)이다. 신고가 6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3.3㎡당 값이 약 322만원이다. 비슷한 지역에 건물까지 들어선 정 의원 장녀의 땅값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절반 가까이 싸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용인시 보라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는 토지만 3.3㎡당 700만원 선"이라고 밝혔다. 그 말대로라면 장녀 건물의 토지가는 13억2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건물의 형태는 한옥이다. 한옥은 일반 주택보다 건축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실거래가는 그 이상이다. 현지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4년 전에도 3.3㎡당 600만~700만원에 거래됐을 만큼 비싼 곳"이라고 했다.

주변보다 훨씬 싸게 샀다면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축소 신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면 '공직자윤리법 관련 국회규칙'에 의해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 단 정 의원은 후보자 때도 장녀 건물 실거래가를 똑같이 6억원으로 신고했다. 후보자가 재산을 허위 공표한 경우엔 공직선거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에 해당한다.

위법 소지는 또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 의원 장녀의 건물은 5억8700만원에 팔린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거래당사자 혹은 중개업자가 제출한 거래계약서의 액수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만약 실제 매매가가 이보다 높다면, 다운계약서를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운계약서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사안이다. 적발되면 매수자는 취득세의 3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정 의원은 시사저널에 보낸 답변문을 통해 "실거래가는 실제 팔고산 거래가격"이라며 "딸은 실제로 6억원에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장녀 명의 건물의 전(前) 소유주와 어떤 관계인지 묻자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도 "직접 매입에 관여한 바 없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정찬민 "딸이 6억원에 거래…매입 관여한 바 없어"

만약 의도적으로 토지를 싸게 매입했다면 이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매입 과정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의원이 용인시장 임기 말인 2018년 5월에 신고한 장녀의 재산은 총 2200만원. 이후 장녀가 6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한 것은 1년4개월 뒤인 2019년 9월이다. 정 의원 측은 이전 소유자가 갖고 있는 은행 채무 4억원과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승계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지인으로부터 빌렸고 딸이 이 부동산을 사면서 들어간 돈은 1억원 미만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 부인 황아무개씨는 "나와 내 지인, 딸의 친구 등이 5000만원 이상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정 의원의 재산신고 목록에는 딸의 채무관계를 입증할 '사인 간 채무' 기록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재산 신고 누락이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딸의 건물 매입자금 출처는 어머니의 주장과 재산 신고 기록으로 어느 정도 확인된다"며 "다만 실제 매입가가 10억원이 넘는다면 증여세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황씨는 "증여세를 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9월11일 정 의원이 신고한 부동산 3곳을 직접 찾았다. 이들은 모두 인접해 있었다. 장녀의 한옥 건물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고, 바로 옆의 자갈밭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갈밭의 소유주는 정 의원의 친형이다. 또 그 옆의 비탈길과 아래에 있는 모래밭의 소유주는 정 의원 자신이다. 일대를 전부 정 의원 친족이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카페의 사업주는 정 의원의 처제다. 임대차계약을 이모와 조카가 맺은 것이기에 이 또한 친족 간 거래에 해당한다. 부인 황씨는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 소유 땅은 시장 재직 때 용도 변경돼 가격 2배 상승

정찬민 의원의 부동산과 관련된 특혜 의혹은 또 있다. 정 의원이 용인시장 시절이던 2015년 12월, 용인시는 '2020년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보라동 일대를 용도 변경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해당 계획에 나온 용도 변경 대상에는 정 의원 소유의 토지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이 2016년 10월 특별감사한 결과, 정 의원이 소유한 모래밭이 자연녹지에서 주거지로 용도가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토지가 주거지로 바뀌면 땅의 활용도를 결정하는 용적률과 건폐율이 오른다. 당연히 땅값도 따라 오른다. 2015년 1월 3.3㎡당 163만원이던 공시지가는 2017년 7월 296만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시의회에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시는 2017년 9월 땅의 용도를 지금의 자연녹지로 다시 바꿨다. 그럼에도 땅값은 그때보다 더 올랐다. 올 1월 공시지가는 314만원을 기록했다. 용도가 되돌아갔어도 어쨌든 2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당시 도시관리계획을 설계한 외부업체 관계자는 "다음에 발표될 계획에선 분명 다시 (정 의원 땅의 용도가) 주거지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땅 주변에 이미 도시건설계획까지 잡혀 가격이 떨어질 리 없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도시관리계획 등이 워낙 복잡해 시장직을 수행할 때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시지가 상승에 대해선 "우리 땅만 올랐는지 확인해 보라"면서 "세금 부담 때문에 누구든 공시지가가 높은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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