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주변 땅값의 절반에 팔린 용인 '정찬민 랜드'
보유자산 없는 딸이 해당 건물·땅 취득?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딸 이름으로 산 건물의 실거래가가 신고가보다 2배 이상 비싸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만약 사실일 경우 증여세법, 공직자윤리법, 부동산거래신고법 등에 저촉된다.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의원직 상실까지 갈 수 있다.
8월28일 공개된 21대 국회 신규 의원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정 의원은 자신과 직계가족이 보유한 부동산 3곳을 신고했다. 자신 명의로 된 '토지(임야)' 2곳과 장녀 명의의 '건물(근린생활시설)' 1채다. 위치는 모두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이다. 정 의원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용인시장을 지냈다.
장녀 명의의 건물은 지난해 9월 한 개인으로부터 매입한 것이다. 정 의원이 신고한 해당 건물의 가액은 6억원이다. 건물가액의 법정 기준은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에 의해 지방세 과세표준액과 토지가액(공시지가)을 합한 금액이다. 단 실거래가가 이보다 더 높으면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장녀 건물의 과세표준액은 5161만원, 토지가액은 4억9896만원이다. 둘을 더하면 5억5057만원으로 정 의원의 신고가가 약 5000만원 비싸다. 즉 정 의원은 실거래가를 신고한 것이다.
인근 부동산업자들이 말한 '진짜 실거래가'는 13억원
그렇다면 제대로 신고한 것일까. 시사저널 취재 결과, 진짜 실거래가는 신고한 6억원보다 훨씬 비쌌다. 장녀 건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 떨어진 보라동의 한 공터는 현재 매매가가 7억3000만원이다. 면적이 105평(347㎡)으로 3.3㎡당 695만원이다. 장녀가 소유한 건물의 면적은 주변 토지를 포함해 186평(614㎡)이다. 신고가 6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3.3㎡당 값이 약 322만원이다. 비슷한 지역에 건물까지 들어선 정 의원 장녀의 땅값이 특별한 이유 없이 절반 가까이 싸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용인시 보라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 일대는 토지만 3.3㎡당 700만원 선"이라고 밝혔다. 그 말대로라면 장녀 건물의 토지가는 13억2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건물의 형태는 한옥이다. 한옥은 일반 주택보다 건축비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실거래가는 그 이상이다. 현지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4년 전에도 3.3㎡당 600만~700만원에 거래됐을 만큼 비싼 곳"이라고 했다.
주변보다 훨씬 싸게 샀다면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축소 신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면 '공직자윤리법 관련 국회규칙'에 의해 징계 절차를 밟게 된다. 단 정 의원은 후보자 때도 장녀 건물 실거래가를 똑같이 6억원으로 신고했다. 후보자가 재산을 허위 공표한 경우엔 공직선거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에 해당한다.
위법 소지는 또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정 의원 장녀의 건물은 5억8700만원에 팔린 것으로 나와 있다. 이는 거래당사자 혹은 중개업자가 제출한 거래계약서의 액수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만약 실제 매매가가 이보다 높다면, 다운계약서를 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운계약서는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사안이다. 적발되면 매수자는 취득세의 3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정 의원은 시사저널에 보낸 답변문을 통해 "실거래가는 실제 팔고산 거래가격"이라며 "딸은 실제로 6억원에 거래했다"고 주장했다. 장녀 명의 건물의 전(前) 소유주와 어떤 관계인지 묻자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도 "직접 매입에 관여한 바 없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정찬민 "딸이 6억원에 거래…매입 관여한 바 없어"
만약 의도적으로 토지를 싸게 매입했다면 이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매입 과정을 놓고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의원이 용인시장 임기 말인 2018년 5월에 신고한 장녀의 재산은 총 2200만원. 이후 장녀가 6억원짜리 건물을 매입한 것은 1년4개월 뒤인 2019년 9월이다. 정 의원 측은 이전 소유자가 갖고 있는 은행 채무 4억원과 임대보증금 5000만원을 승계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지인으로부터 빌렸고 딸이 이 부동산을 사면서 들어간 돈은 1억원 미만이라는 것이다. 정 의원 부인 황아무개씨는 "나와 내 지인, 딸의 친구 등이 5000만원 이상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공교롭게도 정 의원의 재산신고 목록에는 딸의 채무관계를 입증할 '사인 간 채무' 기록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재산 신고 누락이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딸의 건물 매입자금 출처는 어머니의 주장과 재산 신고 기록으로 어느 정도 확인된다"며 "다만 실제 매입가가 10억원이 넘는다면 증여세와 관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황씨는 "증여세를 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9월11일 정 의원이 신고한 부동산 3곳을 직접 찾았다. 이들은 모두 인접해 있었다. 장녀의 한옥 건물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었고, 바로 옆의 자갈밭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갈밭의 소유주는 정 의원의 친형이다. 또 그 옆의 비탈길과 아래에 있는 모래밭의 소유주는 정 의원 자신이다. 일대를 전부 정 의원 친족이 갖고 있는 것이다. 또 카페의 사업주는 정 의원의 처제다. 임대차계약을 이모와 조카가 맺은 것이기에 이 또한 친족 간 거래에 해당한다. 부인 황씨는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 소유 땅은 시장 재직 때 용도 변경돼 가격 2배 상승
정찬민 의원의 부동산과 관련된 특혜 의혹은 또 있다. 정 의원이 용인시장 시절이던 2015년 12월, 용인시는 '2020년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보라동 일대를 용도 변경한다는 내용을 고시했다. 해당 계획에 나온 용도 변경 대상에는 정 의원 소유의 토지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감사원이 2016년 10월 특별감사한 결과, 정 의원이 소유한 모래밭이 자연녹지에서 주거지로 용도가 바뀐 사실이 드러났다.
토지가 주거지로 바뀌면 땅의 활용도를 결정하는 용적률과 건폐율이 오른다. 당연히 땅값도 따라 오른다. 2015년 1월 3.3㎡당 163만원이던 공시지가는 2017년 7월 296만원으로 올랐다. 이 때문에 시의회에선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시는 2017년 9월 땅의 용도를 지금의 자연녹지로 다시 바꿨다. 그럼에도 땅값은 그때보다 더 올랐다. 올 1월 공시지가는 314만원을 기록했다. 용도가 되돌아갔어도 어쨌든 2배 가까운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당시 도시관리계획을 설계한 외부업체 관계자는 "다음에 발표될 계획에선 분명 다시 (정 의원 땅의 용도가) 주거지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땅 주변에 이미 도시건설계획까지 잡혀 가격이 떨어질 리 없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도시관리계획 등이 워낙 복잡해 시장직을 수행할 때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시지가 상승에 대해선 "우리 땅만 올랐는지 확인해 보라"면서 "세금 부담 때문에 누구든 공시지가가 높은 걸 원치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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