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與지지 거둘 수 있단 경고" 檢의 임미리 불기소 이유

박태인 2020. 9.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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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만 빼고' 임미리 교수 "기소유예 헌법소원"
지난 1월 경향신문에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썼던 임미리 교수. [사진 임미리 교수 제공]

지난 1월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썼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가 21일 검찰의 불기소결정문(본지 19일 보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임미리 교수, 檢불기소이유 공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6일 임 교수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기간 위반죄엔 무혐의를, 투표참여 권유활동 규정 위반죄엔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임 교수를 실제 기소하진 않았지만 반은 유죄, 반은 무죄라 본 것이다.

이날 임 교수가 공개한 결정문에는 검찰이 임 교수에게 불기소결정을 내린 이유가 비교적 상세히 담겨있다.


檢 "집권세력 지지 거둘 수 있다는 경고"
검찰은 임 교수가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임 교수가 지난해 9월부터 경향신문에 기고한 12편의 칼럼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주장했다며 "그러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든 집권세력에 대한 지지를 거둘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 칼럼을 게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선거 운동보단 의사 표현의 일환이라 본 것이다.

임미리 교수가 공개한 검찰의 불기소결정문. [임미리 교수 제공]

검찰은 "칼럼 기고 당시 임 교수가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칼럼 내용에는 집권 여당보다 거대 야당을 더욱 심하게 비판했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다"고도 적었다. 임 교수가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서 민주당을 '차악'이라 표현했으니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악'이라 비판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또한 임 교수에게 선거 결과에 이해관계가 없었고, 민주당의 최종 총선 후보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라 '낙선 운동'의 대상자가 특정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투표권유 기소유예엔 '헌법소원'
검찰은 다만 공직선거법상 임 교수가 인쇄물을 통해 선거일 180일 전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투표권유 활동을 한 '투표참여 권유활동 규정 위반'에 한해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경향신문 오피니언면 관계자와 공모하여'라는 표현도 썼다.

검찰은 임 교수가 초범이고, 실질적 피해자인 민주당이 지난 2월 고발을 취하한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관계자의 경우 같이 고발됐지만 판례상 무죄가 예상돼 입건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월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에 대한 고발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일자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지난 2월 임 교수에 대한 고발이 '입막음 소송'이란 비판을 받은 뒤 고발을 취하했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또다른 고발이 있었고, 공직선거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 민주당의 고발 취하 후에도 검찰의 수사는 계속됐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유죄라 판단해도 혐의가 중하지 않아 기소는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임미리 "정치적 비판 허용해야"
임 교수는 검찰이 기소유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기소유예에 그치기는 했지만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상식 수준의 정치적 비판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헌법 소원을 청구할 것이라 밝혔다.

임 교수는 헌법소원의 이유로 "정치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의 허용과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해서"라며 "칼럼의 내용은 상식적인 수준이었고 큰 각오 없이도 당연히 할 수 있는 비판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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