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구매자·업자 처벌하고 여성 지원하는 '노르딕 모델' 시급해요"

2020. 9.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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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가 문제인 것은 여성의 성이 거래 가능한 대상이 되는 데다, 가난하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 어리고 더 취약한 여성들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구매·알선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은 처벌 대신 보호해주는 스웨덴처럼 '노르딕 모델'로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전북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주기와 성매매방지법 시행 16돌을 맞아 추모행사 등으로 분주한 송경숙(54)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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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주기 추모
"성매매방지법 16돌 이제는 바꿔야"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 사진 박임근 기자

“성매매가 문제인 것은 여성의 성이 거래 가능한 대상이 되는 데다, 가난하고 자원이 없는 여성들, 어리고 더 취약한 여성들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정당화하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구매·알선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성매매 여성은 처벌 대신 보호해주는 스웨덴처럼 ‘노르딕 모델’로 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전북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 20주기와 성매매방지법 시행 16돌을 맞아 추모행사 등으로 분주한 송경숙(54)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의 설명이다.

20년 전인 2000년 9월19일 전북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업소에서 여성 5명이 화재로 숨졌다. 그들의 죽음은 감금과 성착취 등 성매매 여성들의 실태를 우리 사회에 고발했다. 하지만 1년 남짓 지난 2002년 1월29일, 그곳에서 1㎞도 떨어지지 않은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에서 또 불이 나 여성 1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두 사건은 2004년 3월 성매매방지법 제정의 밑돌이 됐다.

“2013년 불이 났던 개복동 성매매업소 일대를 청소년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며 군산시가 불이 난 건물을 사들여 철거했어요. 그래서 현장을 기억할 수 있도록 여성 인권의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시는 처음에 긍정적이었는데, 성매매 지역이라는 낙인과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민 등의 반대로 벽에 부딪쳤어요. 아직까지 추진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현장에 설치하려 했던 상징 조형물은 갈 곳을 잃고 지금도 센터 사무실에 놓여 있다. 조형물은 감금을 의미하는 가로 1.2m, 세로 0.3m, 높이 2.2m 쇠창살 뒤로 나비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둠의 세계인 쇠창살은 녹이 슬도록 제작했고, 자유·희망을 상징하는 나비는 밝은 빛을 띠도록 했다.

2013년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터에 설치하려 했던 상징 조형물. 사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등은 최근 여성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활용한 ‘보랏빛연대’를 꾸리고, 지난 17부터 25일까지 ‘대명동 화재참사 20년, 여성의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주제로 추모 행사를 벌이고 있다.

화재사건과 관련해 기억하고 행동해왔던 단체의 발자취를 담은 추모영상을 만들어 센터 페이스북에 올리고, 성매매방지법 제정 의미와 텔레그렘 엔번방 등을 다룬 온라인 카드뉴스도 제작했다.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 추모글이 담긴 펼침막 20여개를, 전주의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 가로수에는 ‘눈 감아준 성매매가 현재의 엔(N)번방을 만들었다. 성매매 성착취 해체하라’ 등을 적은 족자 펼침막 60개를 내걸었다. 23일에는 대명동 화재사건 희생자 5명 가운데 무연고자 2명의 주검이 봉안된 군산 임피승화원을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2002년 화재가 발생했던 군산 개복동 성매매업소 건물이 철거된 빈터에 ‘화재참사 20주기’를 추모하고자 족자 펼침막을 내걸었다. 사진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제공

그는 “20년이 지났지만 엔(N)번방 사건처럼 성착취 방식은 다양하게 더 퍼져가고 있다. 여전히 여성의 피해는 심각하지만 사회의 인식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탓에 현장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통적인 성매매 집결지와 유흥주점을 겸하는 산업형 성매매업소 등은 감염 고위험 환경인데다, 성매매 여성들이 업소에서 빠져나와 지원을 요청해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복기 탓에 쉼터로 곧바로 입주할 수가 없어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더 안타깝습니다.”

박임근 기자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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