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산호 화려해진 제주 바다, 소라·전복은 자취 감춰
문섬 바닷속 들어가니 산호 천지
모자반·감태 살던 바다숲 사라져
해녀 "잡을 게 없어" 어촌경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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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30년 전만 해도 최저수온이 13도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15도까지만 내려가고 있거든요. (바다 수온 차이가) 2도 정도면 엄청난 변화예요. 육상으로 따지면 20도가 차이나는 거죠.”(김병일 다이버·경력 34년)
지난달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수십 명의 다이버가 연이어 바다로 뛰어들었다. 문섬 주변은 스쿠버 다이버 사이에서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아열대 바다에 있는 화려한 산호들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기후변화가 제주 바다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30년 넘게 다이빙했던 다이버들을 따라 문섬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해조류 숲을 지나자 거대한 연산호 군락이 나타났다. 바닥에는 사람 키만 한 거대한 바다맨드라미들이 자라고 있었다.
김씨는 “30년 전만 해도 가시수지맨드라미를 볼 수 없었는데 15년 전부터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며 “1년에 50㎝까지 자라는데 섬 주변에만 수만 그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바다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건 수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를 포함한 남해의 수온은 지난 50년간 1.5도가량 올랐다. 세계 평균 상승폭보다 3배나 빠르다.
수중 사진작가인 이선명(다이빙 경력 50년)씨는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보이던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재앙의 징후들은 이미 제주 바다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문섬에서 배를 타고 10분가량 이동해 다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김씨는 “예전에는 모자반과 감태가 아주 많아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산란장 역할도 했는데 감태가 이제 사라지고 돌산호들이 거의 대부분 뒤덮었다”며 “수온 상승으로 생물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해양수산부의 ‘장기 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 중인 박상율(제주대)·이혁제(상지대) 교수팀이 문섬 수중을 장기 모니터링한 결과, 수심 10~15m 지점의 감태 점유율은 2002년 67.5%에서 2015년 4.2%로 줄었다. 반면에 2.5%였던 연산호 점유율은 12.7%로 5배가량 증가했다.
박 교수는 “과거엔 태풍이 수심 5m 이내에만 영향을 줬는데 최근 강도가 세지면서 수심 10~15m까지 공격하고 있다”며 “그 때문에 감태가 떨어져나간 빈 공간을 연산호가 치고 올라오면서 해조류 서식 공간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다숲이 사라지면서 해조류를 먹이원으로 하는 소라·전복 등 패류들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바다를 생계 터전으로 삼아 온 해녀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가파도. 보말을 잡고 있는 해녀들이 눈에 띄었다. 1시간 넘게 바닷속에 있었지만 한 바구니도 채우지 못했다.
경력 30년의 해녀 김영남씨는 “10년 안에 툭 떨어지는 낭떠러지 같은 변화가 제주 바다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어촌 경제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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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QR코드에 접속하면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제주 바닷속 모습을 360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제주=천권필 기자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 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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