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NS 사진이 박원순" 침묵했던 '6층 사람들'의 반격

허정원 입력 2020. 9. 22. 05:01 수정 2020. 9. 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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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전보 희망 묵살" 주장에
전 비서관 "스스로 잔류 선택" 반박
"성 고충 짐작, 사실상 어려웠다"
전 비서실장도 가세연 무고 고소
"강제추행 방조한 사실 없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과 4월 서울시 비서실 직원 성폭력 사건(4월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두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의 ‘6층 사람들(정무라인·비서실 직원 등)’이 피해 호소를 묵인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하는 당시 서울시 직원의 주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8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에 위한 성폭력 사건의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인권위로 출발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민모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A씨 측은 ‘전·현직 비서실 직원 20여명에게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고충과 비서실을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오랫동안 털어놨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당시 A씨의 주변 직원 10여명에게 확인해 보면 우선 ‘당시 정황으로는 이런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웠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A씨가 당시 털어놨다는 고충은 ‘힘들다. 다른 부서에 가고 싶다’와 같은 일상적 표현”이라며 “특히 일반직 공무원인 A씨가 비서실에 장기간 근무한 것을 두고 주변 직원이 ‘현업 부서로 가는 게 어떠냐’라고 물으면 사석에서도 ‘시장님을 존경해서요’라고 답하곤 했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알기는 어려웠다는 게 당시 직원들의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A씨가 성 고충을 제대로 털어놨다면, 방조죄로 저를 직접 고소해도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성폭력 사건이 허위라는 주장이 아니다. 다만 서울시가 내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눈을 감았다는 비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4월 사건 전에도 비서실 모임…SNS 사진도 박원순”

민모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2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서울시 내부에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알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허정원 기자.

민 전 비서관은 “A씨는 타 부서로 전보를 간 지 9개월여가 지난 4월초에도 두 차례나 자발적으로 전·현직 비서실 직원이 모인 사적인 회식자리에 왔다”며 “A씨 측 주장에 따르면 이들 참석자는 성 고충을 묵인한 당사자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A씨가 회식에 참석한 것은 4월 사건이 발생한 4월14일과 이를 기준으로 7~10일 전에 있었던 한 회식 자리다.

그는 “A씨가 평소에도 '비서실 모임에 많이 불러달라'라고 말하곤 했다”며 “특히 올해 4월까지 박 전 시장과 찍은 사진을 SNS 대문 사진으로 해 놓거나 박 전 시장의 SNS에 '좋아요' 등을 눌러 주변 직원들로선 박 전 시장 사건을 짐작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4일 비서실 직원 B씨는 회식 자리에 A씨를 호출한 뒤 “늦게 왔다”며 40도가 넘는 술을 벌주로 여러 잔 마시게 했다는 게 A씨측 주장이다.


A씨 “지속적 인사요청”…민 비서관, “승진 때문에 잔류”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지난 8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조사를 마친 뒤 입구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오 전 실장 역시 "A씨의 피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또 A씨가 시장 비서실에 근무한 2015년 7월~2019년 7월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고 서울시 6층 사람들이 A씨의 고충을 눈감았다는 게 A씨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 등 A씨의 지원 단체는 2017년 6월 당시 A씨가 상사와 나눈 텔레그램을 증거로 제시했었다. 이에 따르면 A씨의 상사는 “1월에 원하는 곳으로 꼭 보내주도록 하겠다. 마음 추스르시고 화이팅. 이번엔 꼭 탈출하실 수 있기를” 등 문자를 A씨에게 보냈다. A씨가 지속적으로 인사이동을 요청했던 정황이라는 게 A씨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 전 비서관은 “2018년 말 인사에서 비서실에 남은 것도 A씨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A씨는 서울시 인사과로 전보받기를 희망하고 있었지만 전 비서실 근무자가 인기 부서인 인사과로 곧바로 발령이 날 경우 특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특히 8급인 A씨가 7급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근속기간과 근무평가가 모두 중요해 A씨가 타부서에서 기존 구성원을 제치고 승진을 하는 건 사실상 어려웠다”고 말했다. A씨가 승진을 고려해 비서실에 남았고 공식적 전보요청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A씨측은 “2018년도에 A씨의 인사 요청이 검토됐지만 박 전 시장과 면담 후 전보가 불발됐다”고 반박한다.


"시 매뉴얼상 직위 해제 불가"…A씨 "유관부서 이동, 보호 미흡"

4월 사건의 경우 경찰 신고로 사건이 접수돼, 경찰 수사 개시 통보가 오기 전인 21일 당시 서울시가 대기발령 조치를 하는 게 최선이었다는 게 민 전 비서관 측의 주장이다. [서울시 성희롱ㆍ성폭력 대응 매뉴얼 캡처]


4월 사건 발생 후 서울시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두고서도 양측 의견이 갈린다. 민 전 비서관은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서울시 차원의 피해 구제 조치는 피해자의 자발적인 신고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제3자의 경우 피해자에게 특정 행동(내부 신고 등)을 강요할 수 없어 절차만 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피해 신고만으로 피고소인을 '직위해제'하는 것도 절차상 불가능하다”며 “당시로서는 피고소인을 전보조치한 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이에 대해 “피고소인이 전보조치된 부서는 A씨의 결재요청을 승인해야 하는 업무”라며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도 피해자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부서로 피고소인을 전보한 건 명백히 조치가 미흡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지난 7월 A씨가 작성한 인수인계서에 나타난 ‘다른 비서들과 절대 다르니 자부심 느끼기, 인품과 능력도 훌륭한 분이니 배울 것이 많은 만큼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이라고 쓰인 문구가 공개됐을 당시 “이 문제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느냐 아니냐로 접근할 이유도 없다. 말 그대로 공식적인 인수인계 서류일 뿐”이라고 했었다.

한편 박 전 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김주명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은 ‘박 전 시장의 추행을 방조했다’며 전 서울시 직원들을 고발한 강용석·김세의씨 등 가로세로연구소 측을 21일 무고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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