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도 '들어오라 하세요' 문자받았나..秋검색 궁색한 해명

심서현 2020. 9.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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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추미애 검색 뉴스 안보인다' 의혹
네이버, 공백처리 오류 해명 궁색
좌우공백 처리는 프로그래밍 기초
IT기업 먼저 알고리즘 신뢰 지켜야

LTRIM(왼쪽 공백 제거), RTRIM(오른쪽 공백 제거).
데이터베이스 값 요청 시 오류를 막으려, 문자열의 공백을 제거하는 함수들이다. 대학 학부의 데이터베이스 기초에 해당한다. 십수 년 전 배움을 떠올린 건 ‘추미애 검색 결과 오류’에 대한 21일 네이버의 공식 해명 글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19일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모바일 네이버에서 ‘추미애’를 검색하면, 보통 정치인의 검색 결과와 달리 VIEW(카페ㆍ블로그 등 후기), 이미지, 지식인 카테고리가 먼저 노출되고 뉴스는 뒤에 나온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권력의 포털 통제” 의혹을 제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지난 19일 추미애 장관 검색 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왼쪽). 우측은 네이버가 오류를 수정한 후의 결과. 사진 김근식 교수 페이스북


네이버는 20일 밤 공식 블로그에 ‘검색결과 오류에 대해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해명하고 일부 사과했다. 카테고리 순서는 이용자의 검색량(클릭 수)에 따라 정해지는데, ‘추미애’ 대신 ‘(공백)추미애’의 검색량 집계대로 순서가 정해지는 오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대신 어딘가에서 추 장관의 이름을 복사해서 검색창에 붙이면서, 앞에 공백이 딸려온 경우가 많았다는 것. 네이버는 오류를 긴급 수정했다고 밝혔다.


‘개떡같이 입력해서 개떡인 줄 알았다’
검색 기술과 알고리즘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추미애’, ‘추미애.’, ‘(공백)추미애’를 모두 ‘추미애’로 알아듣고 답한다. 그런데 네이버의 이번 해명은 ‘개떡같이 입력해서 개떡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납득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술 처리. 검색어 처리에서 좌우 공백 제거는 ABC 수준의 작업이다. 그런데 국내 최고 수준인 네이버의 검색 엔지니어들이 공백 제거 처리를 안 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에 이를 묻자 “태풍 검색어 처리에도 같은 오류가 발견됐다”며 “속상한 일”이라고 했다.

둘째, 알고리즘의 일관성. 알고리즘 오류라면, 모든 검색 결과에 오류가 나타나야 한다. 네이버는 오류 발생이 “일부 검색어에서” 있었다며 “최근 이런(공백 포함 복붙) 이용 방식이 많은 검색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추 장관 외에 누구에게, 몇 명에게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류가 포함된 알고리즘이 언제부터 적용됐는지 물었지만, 역시 답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정했다’라면 납득했지만
이번 일을 ‘침소봉대(針小棒大)’라고 여길 수도 있다. 약간의 순서 차이일 뿐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인터넷 기업들은 생각해야 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금이 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뉴스뿐 아니라 상품 소개, 일감 연결, 택시 호출 등이 네이버·카카오·쿠팡·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의 AI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플랫폼이 ‘알고리즘이 정했다’라면 그런 줄 알고 써 왔다. 그러나 최근 윤영찬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서 포털의 기사 배치에 불만이라며 주고받은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 문자 이후, 신뢰는 통째로 흔들렸다.

지난 9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보좌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진 뉴스1


최적의 결과를 내놓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은 테크 기업의 경쟁력이다. 십수 년 간 각종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 방식을 연구해 얻은 노하우요 영업비밀이다. 제조업체의 원천기술과 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AI와 알고리즘은 모든 논란을 잠재우는 ‘데우스엑스 마키나(신이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그리스연극 연출 방식)’가 아니다.

걸핏하면 인터넷 기업더러 ‘알고리즘 공개하라’ 요구하고, 창업자를 국회 국정감사에 불러다가 질책하듯 ‘조작 아니냐’ 묻는 것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 스스로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가벼이 여긴다면, 그런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를 원한다고, IT 기업들은 호소한다. 그러나 돌아볼 일이다. IT 기업은 투명성·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사회에 얼마나 주고 있나. 출신 임원을 청와대와 국회로 보낼 정도로 권력의 핵심에 가까워진 이 마당에 말이다.

심서현 산업기획팀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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