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삼성·하이닉스 SSD가 게임 세상을 바꾼다

윤민혁 기자 2020. 9.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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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내달 출시 소니⋅MS 차세대 콘솔 게임기 저장장치 교체… 게임 디자인도 영향
기존 HDD 보다 데이터처리속도 최소 55배… "바다서 우주로, 정글로 순간 이동 가능"

최근 게이머들은 11월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5, 엑스박스 시리즈X·S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에 예약판매마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콘솔 게임기 출시는 2013년 이후 7년만입니다. 두 게임기는 모두 7년간 발전한 반도체 기술을 뽐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설계 철학은 전작(前作)인 PS4·엑스박스 원을 발전시킨 형태입니다.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이 대폭 개선돼, 연산 속도는 GPU 기준 기존보다 6배 가량 빠릅니다. 그래픽 전용 D램(GDDR) 용량은 2배 늘었고, 작동 속도도 더욱 빨라졌습니다.

이번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X·S에는 ‘연산성능 개선’ 외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감지됩니다. 기존 콘솔 게임기에선 찾아볼 수 없던 저장장치의 변화입니다. 신형 콘솔 게임기는 하드디스크(HDD)를 사용하던 전작과 달리, 모두 기본 저장장치로 SSD를 장착했습니다. 소니와 MS는 신제품 발표회에서 매우 빠른 속도(Ultra High Speed)의 SSD를 긴 시간을 들여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성능이 주가 됐던 기존 발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저장장치입니다. SSD는 디지털 방식으로 데이터를 읽고 씁니다. 반면 HDD는 기계식 헤드(head)가 자성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습니다.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 위해선 헤드가 디스크를 찾아가야합니다. SSD는 원하는 데이터 위치만 알고 있다면 즉각 입출력이 가능해 HDD보다 빠릅니다.

신형 콘솔에는 모두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특수 설계한 SSD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사는 설계단부터 협업해, 저장장치 성능부터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시스템까지 뿌리부터 재설계했다고 합니다.

이 SSD는 NVMe(비휘발성 기억장치 익스프레스) 규격을 사용하고, 같은 규격의 PC용 고성능 SSD보다도 확연히 빠른 속도를 보여줍니다. PS5에 탑재된 SSD는 초당 5.5GB(기가바이트)를 읽어들일 수 있습니다. PC용 NVMe SSD인 ‘삼성전자 970 PRO’의 초당 3.5GB보다 1.6배가량 빠릅니다.

지난 3월 소니 발표에 따르면, 기존 PS4에 사용된 HDD는 초당 50~100MB를 읽을 수 있습니다. PS5가 최소 55배 빠른 것입니다. 실 사용 환경에선 PS4가 20초동안 1GB를 읽어들이는 반면, PS5는 0.27초만에 2GB를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초고성능 SSD 탑재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게임의 방식’을 뒤바꿀 수 있는 변화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는 이용자의 컨트롤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기에, ‘다음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습니다. 때문에 게임 속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그래픽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불러와야 합니다.


더 좋은 그래픽을 위해선 더 큰 용량의 텍스처(그래픽 이미지)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게임 제작자들은 고용량 텍스쳐를 읽어들일 시간을 벌기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다른 마을로 이동할 땐 지루한 로딩이 필요했습니다. 로딩이 없는 오픈월드 게임 구현은 더욱 골치아픕니다. 제작사들은 좁은 지형을 만들거나 벽을 세워 원경(遠景)을 차단하고, 캐릭터 이동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습니다.

신형 콘솔 게임기에선 이런 방식의 게임 디자인이 사라질 전망입니다. 끊김 없이 바다속에서 우주로, 또 정글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SSD가 게임 속 세상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소니는 PS5의 SSD를 소개하며 "기존 제한에서 벗어나 더 역동적이고 광활한 게임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디자인 변화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겐 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콘솔 게임이 PC로도 출시될 예정인 만큼, 고성능 SSD가 PC 게이머의 필수장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작 PC 게임들이 SSD를 권장이 아닌 필수 사양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콘솔에서 시작된 게임 디자인의 변화가 전체 게이밍 환경을 뒤바꿀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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