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반려동물 진료비 표시제' 시행, 깜깜이 가격 부담 완화
수십만~수백만원 나오기 일쑤
치료비 인하 경쟁 유도 효과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사는 신모(55·여)씨는 5년 전부터 진돗개 등 반려견 2마리를 키우고 있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유기견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데려와 키우고 있다. 신씨는 최근에는 자치단체에서 임시로 보호하다 안락사시키는 유기견들을 입양 받아 이들을 사설 보호소나 다른 입양자에게 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이런 신씨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 반려견 치료비 문제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도 이상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가면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의 치료비가 나온다. 버려진 반려견들은 부상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백만 원의 치료비가 나올 때도 있다. 신씨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7월 안락사 위기에 처한 2마리의 반려견을 입양 받아 병원에 갔다가 580만원의 치료비를 냈다. 신씨는 “반려동물의 경우 품종이나 크기, 앓고 있는 질병에 따라 동물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반려견을 키우거나 입양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깜깜이 가격’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치료비 등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시행하면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 16일 경남도청 중회의실에서 경남도수의사회와 반려동물 가족 등 이해 당사자, 관계기관·단체, 보험업계 관계자 등이 모여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 실행방안 간담회’를 열고 합의안을 냈다. 다음 달 1일부터 창원지역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자율표시제를 시범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도내 반려동물병원 220곳 중 창원지역 70곳이 우선 참여하고 향후 도내 전역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경남도 계획이다.
이 합의안에 따르면 진료비 표시항목은 기본진찰료, 예방 접종료, 기생충 예방약, 영상검사료 등 주요 진료 항목 20여개다. 그동안에는 이런 진료 및 치료비에 대한 기준이 없어 병원마다 가격도 달랐다. 이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웠다. 하지만 자율표시제가 되면 병원마다 가격 자료가 제시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상호 비교가 가능해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확보된다.
경남도는 현재는 합의 수준으로 만들어진 자율표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남도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 지원 조례’도 제정하기로 했다. 기존 자율표시제를 도내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근거를 만들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 중에 저소득층 등 지원이 필요한 경우 금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은 끝이 아니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행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진료와 치료비가 적정하게 책정돼 청구되는지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순미 한국애견협회 동물매개분과위원장은 “반려동물 가족들이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월 4만~8만원 수준인 반려동물보험을 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며 “보험 가입 고객의 보상청구 시 발생하는 진료 및 치료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적정한 의료비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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