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 '한반도 종전선언' 공식화

이동현 2020. 9. 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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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공식화했다. 북미 대화의 핵심 의제인 종전선언을 유엔 차원의 의제로 끌어간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 대선(11월) 등을 감안하면 북미 대화 재개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손 놓고 있기보다는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성과를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담겨 있다.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여는 문"...종전선언, 유엔 국제사회 논의 테이블로

문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라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을 유엔과 국제사회 차원의 의제로 공식화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며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 로드맵’ 시작에 앞서 ‘종전선언’을 할 것을 요구해 왔다. 반면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을 북미 비핵화 합의의 결과물로 여기고, 북한이 일단 비핵화 로드맵을 따를 것을 주문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책 ‘격노’에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후 추가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북한의 6ㆍ25전쟁 종전선언 합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언급이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2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합의 '결과물'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견인 '마중물'

문 대통령도 이 같은 기조를 따랐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서도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었다. 문 대통령이 유엔 무대에서 종전선언을 공식화해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또한 일정 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

종전선언 제안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다.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해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는 구상을 현실화 하기기엔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북미 비핵화 대화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이란 외교적 판단도 작용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북한 비핵화 문제는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닐 수 있다"며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화면)이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75주년 고위급회의에서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5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대표 발언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北에 ‘동북아 방역ㆍ보건 협력체’ 구성 제안..."다자적 협력으로 안보 보장"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을 포함해 우리나라와 중국ㆍ일본ㆍ몽골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ㆍ보건 협력체’ 구성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며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함께 노출돼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비무장지대(DMZ)를 국제사회와 협력해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의 연장선이다. 여러 다자 협력체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는 전략적 구상에 북한이 동참해 달라는 호소다.

문 대통령은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나는 오늘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 주길 기대한다”며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돼 있다”며 “그러나 한국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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