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쌓여가는 포장재..'썩는 플라스틱' 기술 있어도 못 내놓는 이유는?

이소아 2020. 9.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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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송파자원순환공원에서 쓰레기선별업체 근로자가 재활용쓰레기 선별장에 쌓인 쓰레기를 분류하는 모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으로 인한 ‘백색 오염’이 현실화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만으로 한계가 있어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면 ‘썩는 플라스틱’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플라스틱 쓰레기 850t 나와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에서 음식 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올해 1~7월 누적 8조6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6%나 급증했다. 배달음식 이용에 비례해 포장 용기인 플라스틱과 비닐 등 생활폐기물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하루 평균 약 850t 나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태워서 연료로 활용하고 실제 재활용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황성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정도인데 플라스틱 생산속도는 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재활용만으로는 결코 쓰레기를 줄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감염병 시대에 사람들에게 무조건 일회용품을 쓰지 말라고 규제하기도 어렵다”며 “쓰고 나서 땅에 묻으면 썩는 대체소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6개월이면 바다에서도 썩는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으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게 바이오 플라스틱에 속하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흙이나 바닷물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썩지는 않지만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자연소재로 만든 ‘바이오베이스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일례로 스타벅스에서 바나나 포장재로 사용하는 얇은 비닐이 폴리락틱산(PLA)라고 불리는 미국산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는 3~4개월이면 땅에서 분해되는 농업용 비닐을 만들었는데 전남·강원·충북·경기 등 농가에서 쓰인다.

생분해도 등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 조건과 쓰임새에 따라 ▶산업용 ▶가정용(뒤뜰매립) ▶토양용(밭이나 산림) ▶해양용으로 구분된다. 산업용은 특정 온도 등을 갖춘 별도의 퇴비화 설비가 필요하지만, 가정용부터는 별도의 설비가 없어도 6~24개월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은 땅은 물론 바닷물에서도 6개월이면 90% 이상 분해되는 해양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바닷물에서 분해되는 폴리하이드록시 알카노에이트(PHA)가 대표적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계 해양 쓰레기의 80%가 비닐을 포함한 플라스틱이고, 이로 인한 미세플라스틱은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가 됐다.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전망.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2018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2023년 61억 달러(약 7조1000억원)로 연평균 15.1% 고성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증절차 복잡하고 등급도 1개뿐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추세에 맞춰 LG화학과 SKC·SK종합화학·CJ제일제당·대상 등 다수의 기업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상당수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기술을 가지고 일부는 제품을 내놨지만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환경부의 정책이 재활용에 맞춰져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 산업용 생분해(EL724) 한 가지뿐이기 때문이다. 산업용은 58℃의 온도와 퇴비·미생물 등 특정 조건을 갖춘 설비에서 분해되는 등급이다. 논밭이나 바다 등 자연조건에서 생분해되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 해도 마땅한 등급이 없는 셈이다.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 비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담당하는 인증절차도 복잡하다.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장 부지가 없으면 연구소에서 개발해도 인증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다. 익명을 원한 바이오사업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선 다수의 민간 기관이 인증을 담당하고, 샘플만 보내 성분 함량을 기준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은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3~4배 이상 많고, 기간도 해외(약 6~9개월)보다 9~18개월로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현재 산업용 생분해 플라스틱 등급만 있는 이유는 이 제품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국내 (생분해) 시장이 상대적으로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이라며 “등급을 좀 더 구체화하는 방안은 앞으로 검토해 볼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그린뉴딜’ 프로젝트의 하나로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을 육성하는 분위기다. 산업부 측은 “전반적인 인증제도를 자세히 체크해 10월 중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포함한 화이트바이오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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