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前 정권 소통부재로 몰락.. 文 정부서도 비판 목소리 묻혀" [세상을 보는 창]
"정황 담긴 사병들간 SNS 나돌아..어이없는 특혜 추정하고 조사 시작
검찰 수사도 결국은 '꼬리 자르기'..아들과 보좌관 일탈로 끝나겠지만
조국·윤미향·추미애.. 불공정 고리..국민 거부감 어떻게든 표출될 것"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추 장관 아들 특혜 휴가 논란에 불을 지폈는데.
“지난 7월부터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해 특혜 정황이 담긴 동료 사병들 간의 소셜미디어(SNS) 대화 기록이 나돌았다. 어이없는 특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은 하고 있었다. 당시 의혹에는 세 그룹이 등장한다. 의혹의 중심인 추 장관 아들 서모씨와 서씨 동료들 그리고 군 관계자다. 병사들 얘기는 이미 다 나온 상태였다. 군 관계자가 답을 할 차례라고 봤다. 주인공인데도 군 관계자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입장이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군 관계자와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물색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의혹의 제일 큰 문제가 뭐라 생각했나. 녹취록 공개 배경은.
“19일간 휴가가 아예 휴가명령이 없다는 건데, 명령을 안 내고 휴가를 가면 탈영인데···, 이 휴가가 괴이하다. 설사 특혜가 있더라도 휴가증을 갖고 휴가를 가는데 명령 없이 갔다는데 첫 번째 의문이 들었다. 두 번째는 추 장관 보좌관이 상급부대 지원장교인 김모 대위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특별한 상황이다. 추 장관은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아들 휴가 과정에 보좌관이 있었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녹취록까지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 장관이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보좌관이 뭐하러 그런 사적인 일에 지시를 받고 하겠냐’며 싹 잡아떼더라고.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으면 끝까지 우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날 공개하게 된 것이다.”
―통역병 선발과정에 청탁이 있었다는 이철원 전 카투사 지원단장의 녹취록도 공개했는데.
“검찰 수사는 뻔하다. 추미애는 몰랐고 직접 연관성은 없다고 결론낼 것이다. 아들 서씨와 보좌관이 공모했다는 정도에서 꼬리를 자를 수 있다. 불쌍한 보좌관과 통화한 대위만 처벌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아들 휴가 문제를 엄마인 의원한테는 보고도 하지 않고 보좌관이 독단으로 아들과 공모했다는 게 말이 되겠나. 국민이 과연 믿을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추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의혹 제기에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유불리는 관심사항이 아니다. 추 장관 아들과 같은 비정상적인 행태가 지속되면 아무리 좋은 무기를 사줘도 군대는 무너진다. 누구처럼 잘못된 관행을, 틀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지휘관을 배려가 부족했다고 하면 더더욱 안 된다. 그런 정의와 공정의 문제를 짚고 넘어간 것이다. 왜 우리 당의 지지가 올라가지 않았느냐. 이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반사이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보수층에 대한 혐오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과장됐든지 간에 국민들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실체적 진실은 나중 문제가 됐다. 여기에 좌파적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양극화로 신분의 사다리가 붕괴돼 젊은층이 분노하고 절망하는 현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반등이 쉽지 않다고 본다.”
―조국 사태와 비교한다면 차이점이 뭔가.
“사회 정의와 공정의 해체 사례로 각인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여론이 확산되는 데는 왜 실패했느냐. 이념적 프레임으로 국민들이 크게 나뉘어져 있어서다. 그래도 작은 변화는 있다. 저쪽에서 목소리를 내던 오피니언 리더들의 우리 쪽 이동이 감지된다. 확장성이 있다는 말이다. 긍정적 요소다. 국민적 정서의 거부감을 드러낸 조국사태와 윤미향, 추미애 아들 문제 등을 거치면서 정권 몰락의 마그마는 끓고 있다. 우리가 정제된 노력을 이어간다면 임계점을 앞당길 수 있다. 내가 뇌관에 불을 붙이지는 못했지만 향후 정치지형 변화를 이끌 폭발을 위한 몇 파운드의 폭약은 쌓았다고 본다.”
―정권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나.
“박근혜정부는 ‘정윤회 문건’이 나왔을 때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마그마가 끓고 있었지만 콘크리트 지지층 40%가 막아낼 것이란 환상에 빠져 있었다. 일부 소신파 측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소통을 강화하라며 쓴소리를 하자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가 필요하세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정권 몰락의 출발점이다. ‘대깨문’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 철옹성이라 생각하고 안주하고 있다. 이 정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다. 역사의 반복이 일어날 수 있다.”
“돈을 따진다는 게 동맹에 금이 갔다는 신호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우선주의라고 하는 잘못된 만남에 기초한다.”
―11월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은 불가피해 보이는데.
“트럼프가 되면 100%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봉쇄하는 것이 미국의 당면 안보전략이지만 방법론에 있어서 조 바이든은 동맹우선주의를,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톱다운(Top-down), 바이든은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차이를 보인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로 올해 한미연합훈련에서 추진하려던 전시작전통제권 2단계 검증(FOC)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정권 내에서 전작권이 환수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지, 의지가 없는데 무슨 비핵화가 이뤄지겠느냐는 논리다. 그럼 길은 없느냐, 길은 있다고 본다. 북한이 핵과 생존 중에서 택일하는 구조가 되면 진지하게 비핵화협상에 걸어 나올 것이다. 그래서 협상이 시작되는 조건이 중요하다. 북한이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제재가 경제봉쇄 상태로 확대돼 경제적 질식상태가 계속돼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한·미·일 핵공유나 인도·태평양이 ‘아시아판 나토’로 발전하면 중국이 옛 소련의 운명을 따라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북핵은 중국의 목줄을 쥐는 상황이 돼야 해결될 수 있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과거 균형외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얻었던 거다. 한미동맹이 우선이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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