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와 독자 사이가 어색해진 이유

심신진·김양균 2020. 9.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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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진 웹툰 시장, 구설도 커져.. 지지층서 비판적 수용자 변모한 독자-작가 관계 눈길

[몬스터랩] 심신진·김양균= 최근 웹툰 ‘헬퍼2’의 부적절한 묘사로 비판 여론이 높은 가운데, 작가-독자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눈길을 끈다.

올해 거래액기준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1조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소위 ‘잘 나가는’ 작가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 인기를 얻으면서 제2의 기안84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시장이 팽창하는 사이 구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웹툰계의 지난 10년은 표현의 자유를 쟁취한 시기로 볼 수 있다. 실제 본격적으로 웹툰이 신문지상을 장식한 것은 문화면이 아닌 사건·사고를 다룬 사회면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2년 학교폭력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웹툰이 거론된 사례다. 당시 유력 일간지는 청소년이 폭력적인 웹툰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부 ‘문제적’ 작품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선정하기에 이른다. 폭력을 조장 또는 미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만화계는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웹툰이 지목된 것에 반발, 정부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만화계는 이미 웹툰 서비스를 하던 포털사이트에서 19세 등급을 지정, 유해 우려가 있는 작품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는 ‘노컷 캠페인’이라는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반대 운동으로 이어졌다. 작가들은 본인의 작품에 캠페인의 로고를 새겼고 독자들은 만화계를 지지했다. 성난 여론에 결국 방심위는 웹툰 심의를 자율심의로 바꾸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해 독자와 작가는 ‘한 팀’처럼 움직였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과거와는 다르다. 독자들이 앞장서 작품에 대한 책임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논란의 중심에 서다

발단은 넥슨사가 제작한 게임 ‘클로저스’에서 비롯됐다. 작품 중 캐릭터의 성우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뉘앙스의 글을 본인의 트위터에 게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해당 사이트는 일부 부적절한 게시물로 인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넥슨 측이 성우를 교체키로 결정하자 사태는 더욱 커졌다. 일부 웹툰 작가들이 회사를 비판하면서 해고된 성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자, 이번에는 독자들이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이후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 소속 작가가 독자들을 조롱하는 듯한 SNS 게시물을 올리자 성난 독자들을 중심으로 레진코믹스 집단 환불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련의 갈등은 웹툰 규제에 찬성하거나 규제를 시도할 때 막지 않겠다는 ‘예스 컷·노 실드 캠페인’으로 번졌다. 비록 앞선 노 컷 캠페인처럼 큰 폭발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독자가 언제나 작가의 편은 아니며, 표현의 자유를 함께 외치던 독자들이 규제를 요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다시 웹툰 논란에 불이 붙은 것은 ‘헬퍼2’였다. 작품내 가학적인 성 묘사, 약물 사용, 노인 학대 등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흥미로운 사실은 적극적 문제제기가 작품에 두터운 애정을 보였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팬들은 헬퍼2의 부실한 스토리 전개, 캐릭터 붕괴, 작가의 독자 비판, 자극적인 성 묘사 등에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작중 할머니 캐릭터의 고문 장면을 두고 독자들은 가학적인 묘사가 선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인기 웹툰 작가인 기안84의 ‘복학왕’이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등에 대한 희화화 및 비하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웹툰협회는 비판의 영역을 넘어 물리적 강제가 이어지면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현의 자유만큼 책임도 져라”

노컷 캠페인은 ‘표현의 자유’를, 예스 컷 노실드 캠페인은 독자가 표현물 규제에 찬성할 수도 있음을, 그리고 헬퍼2 복학왕 사건은 표현물에 대한 책임과 연관이 깊다.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과거 독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데 앞장섰다면, 이제는 확장된 표현의 자유 아래 작가의 표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방향으로 여론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향후 웹툰 시장은 더욱 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층이 넓어지고, 작품의 인기가 커지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자연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혹자는 말한다. ‘작가가 독자를 존중하되, 독자에 맞춰서는 안 된다.’ 동시에 다음의 반박도 가능하다. ‘자유로운 창작만큼 자유의 책임도 요구된다.’ 

ssj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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