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고대 유적지들 [사진으로 보는 세계]

이윤정 기자 2020. 9. 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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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기후변화로 인류의 발자취가 지워지고 있다. 고대문명이 싹튼 아프리카에서도 수천년 전 인류가 기록한 흔적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온으로 희미해져간다. 최근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미국 오하이오대학·케냐 케냐타대학의 공동 연구진은 관련 연구를 아프리카 고고학 전문지 아자니아저널에 기고해 “사라져가는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국제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23일(현지시간) BBC는 위협받고 있는 아프리카 유적지들을 소개했다.

수단 나일강변에 있는 고대 쿠시 왕국의 유적지. 위키피디아


수단 나일강변에 있는 고대 쿠시 왕국 유적지는 ‘잃어버린 도시’로 통한다. 수도 하르툼에서 동북 방향으로 200㎞가량 떨어진 알바즈라위야에는 기원전 350년부터 약 700년간 이곳을 지배한 누비아 왕조가 일군 쿠시 왕국의 흔적이 남아있다. 쿠시 왕국은 이집트보다 더 많은 수의 피라미드를 지었다. 아직 채 발견되지 않은 유물도 상당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쿠시 왕국 터가 물에 잠길 위험에 놓였다. 특히 올 6월부터 3개월간 내린 폭우로 아프리카 북동부를 흐르는 청나일강의 수위는 집계를 시작한 1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단 당국은 쿠시 왕국 유적지 인근에 방어벽을 쌓고 흘러들어온 물을 퍼내고 있지만 10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아킨에 있는 고대 이집트 유적. 위키피디아


수단 남동부 항구 도시 수아킨은 3000년 전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전략적으로 만든 홍해 무역항이다. 이후 메카로 향하는 이슬람 순례자들의 거점이 되면서 수아킨에는 다양한 문화 유적이 차곡차곡 쌓였다. 수단 북쪽 항구가 발전하면서 수아킨은 ‘잃어버린 항구’가 됐지만, 수천년을 품은 집과 사원이 남아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 등재 후보에 올라 있다.

연구진은 수아킨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조앤 클라크 교수는 “해수면 상승과 해안 침식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속도를 계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수십 년 안에 수아킨이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케냐 라무섬의 라무 마을. 위키피디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케냐 라무섬의 라무 마을은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14세기 스와힐리족이 정착하며 세운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유엔은 이슬람과 스와힐리 문화를 연구하는 데 라무 마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라무 마을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한 데다 라무섬 북쪽에 거대한 항구가 건설돼 홍수로부터 섬을 보호해오던 맹그로브 숲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클라크 교수는 “자연을 파괴하는 순간 문화유산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미비아 트위펠폰테인 암각화. 위키피디아


아프리카 남부 국가인 나미비아에는 암각화 유적지가 다수 분포하고 있다. 특히 트위펠폰테인 암각화 지대는 나미비아에서 첫 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6000년 전 원시부족이 수렵 채집 활동과 종교 의식 등을 새겨넣은 바위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암각화도 기후변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트위펠폰테인 지역은 비교적 건조해 암각화가 수천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습도가 올라가면서 암석에 곰팡이와 미생물이 번식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고대인류가 남긴 남아프리카 지역의 기록이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리 젠네의 옛 모스크. 위키피디아


서부 아프리카 말리의 작은 마을 젠네는 사하라 사막의 황금 무역을 연결하는 중심지였다. 젠네에는 기원전 250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다. 15세기와 16세기에는 이슬람교 전파의 중심지였다. 특히 젠네의 언덕에는 진흙으로 쌓아올린 집과 건물 2000여 채가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젠네 또한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상기온과 가뭄으로 흉작이 이어졌고, 주민들은 더이상 전통 건축 방식을 지킬 수 있는 양질의 진흙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 마을은 원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고 연구진들은 지적했다. 클라크 교수는 “기후변화는 복잡한 형태로 인류를 위협한다”면서 “기후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어도 간접적으로 문화유산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젠네의 경우에서 미뤄볼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외에도 나이지리아, 감비아, 토고, 키니, 콩고 등의 해안 마을은 해수면 상승으로 옛 모습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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