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바이러스 책임 물어야", 시진핑 "낙인찍기 거부"

박현영 2020. 9. 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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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각국 정상 사상 첫 화상 연설
트럼프 "전염병 퍼뜨린 중국 책임 물어야"
네번째 유엔 연설, 처음 북한 언급 안 해
시진핑 "정치화, 낙인찍기 시도 거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했다. 백악관에서 사전녹화한 7분짜리 영상을 통해 "유엔은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펼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코로나 사태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미국 코로나19 사망자는 20만 명을 넘었다. 세계 사망자(약 97만 명) 5명 중 1명꼴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제75차 유엔 총회는 사상 처음으로 각국 지도자 연설을 모두 화상으로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사전 녹화한 연설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 '중국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면서 "사태 초기 이 전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나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 발생 초기 중국이 국내 이동은 봉쇄하면서 중국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는 항공편 운항을 허용해 세계를 감염시켰다"고 주장했다. 국내선 운항을 중단하고 시민들을 집에 가두면서 해외 출국은 허용했다는 비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공격했다. 중국과 '한통속'이 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중국과 WHO가 전염병 위험성을 은폐하기 위해 공조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중국이 사실상 통제하는 WHO는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염된다는 증거가 없다고 거짓으로 선언했다"면서 "나중에는 증상이 없는 사람은 감염을 안 시킨다는 거짓말도 했다"고 말했다.

자국의 대응에 대해선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물자를 동원했다"고 자찬하고 "3개 백신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있고, 완성되면 즉시 보급될 수 있도록 대량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I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했다. 사전녹화한 영상에서 시 주석은 코로나19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낙인찍기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이어 화상으로 등장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다만 시 주석은 "이 대유행을 물리치기 위해 국제적인 공동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낙인찍기를 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대선용 중국 때리기'로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어 시 주석은 "국가 간 차이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다른 나라와 냉전이나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다"면서 "패권이나 세력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미국 우선주의를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을 경제 세계화를 외면하기 위해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은 타조와 그것과 싸우겠다고 긴 창을 들고 무모하게 달려드는 돈키호테에 비유했다.

중국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을 개도국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당근'도 내놓았다. 또 WHO가 코로나19 대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WHO 응징론을 반박했다.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은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에게서 나왔다. 장 대사는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미국은 정치적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바이러스" 표현에 맞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정치 바이러스"라고 부른 것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네 번째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데다 7분으로 확연히 줄어든 연설 시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취임 첫해인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40분간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고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며 최대 압박 작전에 시동을 걸었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열린 2018년 유엔총회에서는 30분간 연설에서 전쟁을 평화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35분 연설했으며,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비핵화에 나서야 한다고 설득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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